북한이 12일 성공했다고 밝힌 핵융합 반응 기술은 1억도 이상의 고온에서 가벼운 원자핵이 융합해 더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핵융합은 여러 가지인데 태양에너지와 같은 순수 핵융합도 있지만 수소폭탄과 관련 있는 D/T핵융합도 있다. 이 경우 D는 중수소, T는 삼중수소를 뜻한다.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매우 높은 고온고압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따라서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방식의 핵폭탄이 터질 때 만들어진 고온고압에 의해 수소 원자를 융합하는 방식만 성공했고, 핵폭발의 고온고압에 견디기 어려운 실험실에서 핵융합 반응에 성공한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핵융합 반응 성공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핵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 1ㆍ2차 핵실험보다 위력적인 추가 핵실험 징후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성공 주장은 수소폭탄 같은 무기체제로 이어질 수준은 전혀 아니다. 북한 주장을 최대한 믿는다고 하더라도 실험실에서 유사한 실험을 한번 해봤다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글로로컬협력연구센터 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은 평성 과학단지 등에서 핵융합 연구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제는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가 하는 점인데 수소폭탄의 원천 기술이 될 수 있는 핵융합이라면 실험실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들도 "핵융합 발전을 위해서는 상당한 고가의 시설이 필요하지만 북한에 이런 시설이 있다고 보고된 게 없다"며 북한의 주장을 일축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원자력기구 산하의 이터(핵융합실험로)라는 국제기구에서 미국, 유럽연합, 러시아, 중국, 일본, 한국 등이 모여 핵 융합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실험 시설을 건설하는 데만 51억 유로가 소요되는데다 50년 후에 실험이 성공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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