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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세계한민족포럼/ "EU, 北개방 지원 앞장을…통일 한반도가 亞통합 이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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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세계한민족포럼/ "EU, 北개방 지원 앞장을…통일 한반도가 亞통합 이끌 것"

입력
2010.05.1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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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민족재단이 주최하고 한국일보가 후원한 제11회 세계한민족포럼이 10,1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EU 통합의 대변혁과 한반도통합 패러다임'을 주제로,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현안에 대한 EU의 역할을 조명하는 작업과, 통합을 이뤄낸 유럽의 경험에서 각종 시사점을 찾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참석자들은 현재 북한 핵 문제를 풀고 남북 화해와 통일을 추구하는 데 있어 6자회담 구도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EU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이번 포럼에는 줄리안 프리스틀리 전 EU 의회 사무총장, 요한 갈퉁 노르웨이 평화연구소 교수, 이냐시오 가르시아 베르세로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EU측 수석대표, 안드레이 카친 러시아 상원의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총 6개 세션을 통해 20여명의 주제발표 및 토론이 이뤄진 이번 포럼에서 가장 핵심적 접근방식을 보여준 4명의 주제발표문을 요약해 소개한다.

● 이창주 국제한민족재단 상임의장

동북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위한 선행과제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에 대한 고립ㆍ압박 보다 국제사회 편입 및 개혁개방 유도 노력이 필요하다. 상호 경쟁적인 동북아 국가들이 아닌, 유럽연합(EU)이 이 과정에서 유럽에 대한 미국의 마샬플랜과 같은 모델을 북한에 제시했으면 한다.

마샬플랜은 냉전의 기원 및 심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2차 대전 이후 유럽에 대한 미국의 정치ㆍ군사적 의도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후 유럽 재건과 부흥이라는 목표 하에 경제 업적을 이뤘고, 이는 유럽 통합에 기여했다. 경제적 부흥으로 유럽을 뒤덮은 냉전과 이질체제를 극복할 수 있었고 자유와 인권, 시장경제와 정의를 기반으로 분단과 갈등에서 벗어나 통합과 협력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었다.

통합으로 영향력이 증대된 EU는 대북 정책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주체이다. 27개 회원국 중 25개국이 북한과 정상적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EU의 참여가 북한 핵 등 불안정한 국제정치를 풀어가는 효과적 방안이다. 현재의 구조로 볼 때 공격적, 위협적, 일방적인 미국의 대북정책으로는 북한을 정상 국가로 끌어들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반도 문제가 미국 편향을 벗어나 유럽 연대를 모색하고 유럽 통합을 탄생시킨 화해와 협력에서 포용 모델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과 EU의 관계확대는 한반도 평화안정 구도의 정착에 긍정적 기여를 하고 있으며 남북화해 교류와 동북아 다자안보에도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다.

EU가 북한과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우호관계로 좀 더 발전하고 정치 경제 사회 교류가 활성화할 경우 개방을 향한 북측의 점진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EU 국가들이 북한에 대한 투자 경협을 본격화하면 유럽판 대북 마샬플랜이 될 수 있다. EU의 역할로 북미 관계를 개선시킬 수도 있다.

더구나 한반도와 EU 관계는 지역안보적 위협이 없기 때문에 정치적 이해관계나 마찰 소지가 없다. 평화적 방식으로 초국가적 통합을 이뤄낸 EU의 경험과 교훈이 동북아와 한반도의 시대적 과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임반석 청주대교수

유럽 통합에 즈음해 동아시아에서도 지역통합 논의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동아시아는 유럽과 달리 통합의 정서적 공통분모가 취약하고 기업ㆍ시민의 주도적 역할을 기대하는 것 또한 무리이다. 경제 정치 문화 등에서 이질성이 매우 크고, 과거 패권의 흔적이나 제국주의의 상처도 아직 남아 있다. 주요 국가들간 군비 경쟁은 세계적 수준이다.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 움직임이 일본이나 중국이 의도하는 지역패권 구도의 또 다른 형태가 될 가능성에 대해 끊임없는 경계도 필요하다.

제도적 통합이 이익이 된다 해도 한국 입장에서는 국가자율성이 보장되는 수준이 적합하다. 동아시아 지역통합과 관련, 거대담론 보다는 작고 세심한 협력을 중심으로 모이고 점진적으로 상호 신뢰를 쌓는 작업이 더 아름다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작은 노력 과정에 북한을 포함시키면 북한의 연착륙과 통일비용 절약을 기할 수 있다.

유럽통합 과정에서 섬세하게 고안된 협력 노력들이 좋은 결과를 낸 사실은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동아시아에서도 평화와 협력기금, 공동연구개발, 지역 사회적 기업 지원, 대학생 교환교육 프로그램, 기술표준화, 통화기금, 금융관리감독기구, 비영리 시민단체 연합 같은 미시적 협력 노력이 우선되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를 위해 상상력의 동원이 필요하다. 역사와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느냐는 각자 역량과 노력의 문제이지, 사례 자체가 교훈을 주는 것은 아니다.

EU는 지역통합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지만 독일의 압도적 영향력에 대한 경계심, 문화 갈등, EU와 개별 회원국간 정책 부조화 등 문제점도 여전하다. 통합 자체가 목적이 아니듯 우리는 통합 환상을 경계해야 하며, 흐름에 휩쓸리기보다는 통합의 비용과 편익을 냉철히 검토해야 한다. 제도적 통합 필요성에 대한 본질적 고민과 함께 각자의 구도와 세심한 전략을 중심으로 경쟁과 타협이 필요하다. 또 유럽통합 과정에서 베네룩스 3국의 균형자 역할이 중요했듯 중국ㆍ일본에 대한 견제 장치도 필요하다. 이 점에서 아세안과의 수준 높은 정치ㆍ경제적 협력은 의미가 있다.

●크리스천엘러 EU의회의원

지금은 여러 면에서 EU의회가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진전시켜 나가야 하는 적절한 시기이다. 한_EU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EU의회는 한반도와 교류에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 FTA는 국제적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세계경제는 현재 경제위기에서 탈출하는 문제를 맞닥뜨리고 있는데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서 EU와 한국이 FTA를 진행하는 것은 세계 각국이 경제위기를 탈출하는 방법에 대해 시사점을 제공해 줄 것이다. FTA로 상징되는 무역장벽 철폐야말로 경제위기를 탈출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FTA 협상 자체는 EU집행위원회(ECB)와 한국 정부가 진행하는 것이지만 EU의회 역시 이를 비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럽시민들을 대표하는 의회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EU의회는 FTA 문제에 대해 주의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U와 한국의 관계강화를 위해서는 정부 간의 채널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청소년층에서의 유대강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U와 한국 젊은이들의 교류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돼야 한다. 젊은 세대들이 국제적인 관계에 대한 생각을 키워나가는 것이 미래를 위해 중요하기 때문이다. EU와 한국의 의회차원의 교류에 대해 살펴보면 양 의회의 젊은 직원들의 교류를 확대하는 것 역시 긴요할 것으로 본다.

EU의회는 앞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북한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북한 핵 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에 EU가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측면 등 간접적으로 EU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

EU와 한국은 FTA를 통해 좋은 경제적인 기회를 맞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환경문제 등에서 양측이 협력할 과제가 많다. 또 EU는 한반도 남북관계에 교량 역할을 할 수 있고, 국제적인 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노력도 있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양측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EU 의회 역시 동반자 차원에서 많은 결정을 내리며 협조할 것이다.

●스콧스나이더 美아시아재단한미정책연구소장

유럽 통합의 경험은 아시아의 지역주의와 한반도의 대립을 극복하기 위한 좋은 본보기로 간주되고 있다. 유럽 통합은 몇 가지 면에서 시사점을 갖는다.

우선 유럽 통합의 주인공들이었던 독일과 프랑스의 화해 과정이 중국과 일본에게 교훈을 주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에너지 자원을 공유하는 기능적 협력을 통해 상호의존적 구조로 결속했고, 이는 양국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이런 노력들이 확대되며 유럽은 통합으로 나아갔다. 또 프랑스와 독일은 오랜 역사적 원한을 치유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는 독일의 주도적 노력은 유럽의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변화시켰다. 정부차원의 공동 역사 교과서 저술과 시민사회의 깊은 개입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국과 일본의 상황은 유럽과 많은 차이가 있다. 지난 10년 간 중국의 빠른 성장으로 중ㆍ일이 함께 통합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양국의 노력은 협력보다는 경쟁으로 특징지어졌고, 이는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역사적 화해에 관해서 유럽의 경험에 따라 일본이 앞장서 제국주의의 과오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공동교과서 같은 작업은 한ㆍ일 또는 중ㆍ일 사이에서 일부 진행이 되기도 했지만 일본은 전범 문제, 교과서 개정, 배상 정책 등 중요한 분야에 있어 과거 독일의 정책과 상당 부분 다르다는 지적이 있다.

유럽 통합이 아시아에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은 남북한 화해다. 독일 통일의 경험은 지금까지도 한국 내 통일 논쟁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 통일의 긍정적 역할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한국 내에서 점차 많아지고 있다. 독일이 통일 후 유럽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게 됐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반대로 과도한 통일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독일의 실책들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한반도 통일을 좀 더 효과적으로 이루는 데 교훈이 될 것이다.

유럽 통합의 교훈은 동북아 중에서도 한국에 가장 큰 호소력을 갖는다. 동북아 지역 통합에 있어 중국이나 일본의 주도가 의혹을 살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한국이 주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한반도 통일은 아마도 아시아 지역 통합에 대한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브뤼셀=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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