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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세계문학과 만나다] <4> 재미동포 소설가 이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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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세계문학과 만나다] <4> 재미동포 소설가 이민진

입력
2010.05.1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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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작가 이민진(42)씨는 2007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으로 미국 문단과 언론의 대대적인 호평을 받으며 데뷔했다. USA투데이는 출간되기 한 달 전에 이 소설의 서평을 실었고, 뉴욕타임스는 한 면을 털어 이씨를 소개했다. "방대한 분량, 스토리 위주의 서사 등 19세기 리얼리즘 소설의 스타일"(김성곤 서울대 교수)로 한인 이민 1세대와 자녀 세대의 갈등, 그들이 미국 사회에서 겪는 일상을 핍진하게 그린 이 작품에 대해 뉴스위크는 "사랑과 직업, 가족에 대한 의무, 돈, 신념 등의 문제를 잘 짜여진 다양한 시각으로 형상화해 뉴욕판 카스트 제도를 들춰냈다"고 평했다.

여섯 살 때인 1976년 가족과 뉴욕 퀸스로 이민한 이씨는 예일대,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2년 간 억대 연봉의 기업변호사로 일했다. 작가로 전향한 건 건강 문제 때문이었다. 일본계 미국인인 남편의 직장 관계로 2007년부터 도쿄에 거주하며, 지금은 재일동포 가족사를 다룬 장편소설 등을 집필하고 있다. 14일까지 열리는 '세계작가축제' 참석차 한국에 온 이씨를 지난 11일 숙소인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_ 두 번째 작품 의 집필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나.

"꽤 진전됐다. 많은 재일동포들을 인터뷰하고 있는데 이들은 재미동포와 많이 다르다. 미국 사회는 완벽하진 않더라도 한인을 미국인으로 받아들이지만, 재일동포들은 한국과 일본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다보니 자신이 누군지를 솔직히 밝힐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스스로를 피해자로 여기는 건 아니다. 이런 상황을 속속 알게 되면서 미국에서 썼던 초고 수백 장을 모두 버리고 새로 쓰고 있다."

_ 한국의 이산가족 문제를 다룬 소설도 동시에 쓰고 있다고 들었다.

"서구에선 한국인을 이재에 밝고 기계처럼 일만 하는 사람으로 묘사한다. 한인들이 얼마나 재밌고 복잡한 내면을 지녔는지, 그 역사가 얼마나 다채로운지를 잘 모른다. 그걸 이야기하고 싶다. 그보다 앞서 '한국 사람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하는, 정체성에 관한 내 질문을 풀고자 소설을 쓴다."

_ 데뷔작으로 각광받기 전까지 순탄치 않은 전업 작가 생활을 했다던데.

"예일대에 다닐 때 글을 써서 소설, 논픽션 부문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변호사를 그만두고 를 출간할 때까지 무려 12년이 걸렸다. 그 전에 다른 장편소설 3편을 썼지만 책으로 내주겠다는 출판사가 없었다. 돈 걱정,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우울하고 불행한 나날이었다. 하지만 인생의 의미와 목적이 행복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글을 썼다."

_ 재미동포 작가들의 작품도 넓은 범주의 한국문학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유명 재미 소설가 이창래씨는 "영어로 쓰는 내 소설을 한국문학으로 분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나는 이창래씨와 생각이 다르다. 내 작품을 한국문학으로 봐줬으면 한다. 나는 스스로 한국 사람으로 여겨지기를 원한다. 흔히 재외동포들은 정체성의 위기를 겪을 거라고 짐작하지만, 나는 한국과 미국을 모두 내 나라로 여길 수 있어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다. 한국사회가 문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좀더 포용적이길 바란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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