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시작되면서 우리의 식탁 위에 새로운 과일이 하나 추가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참다래로 불리는 키위다. 계절상 가을에 수확하는 키위를 지금 맛볼 수 있는 것은 우리와는 계절이 반대인 뉴질랜드의 덕분이다.
지금 그 곳에는 쌉쌀하면서도 감칠맛이 일품인 그린키위와 당도가 높아 간식거리로 제격인 골드키위가 지천에 널렸다. 뉴질랜드는 불과 100년전만 해도 키위가 생산되지 않는 나라였지만, 지금은 세계 최대의 키위 수출국가로 발돋움했다.
이런 배경에는 장기간에 걸쳐 미래 먹거리산업을 키워내려고 한 뉴질랜드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와 농민, 기업, 연구소 등의 꾸준한 노력이 숨어있다. 명품 키위를 키워내고 있는 현장을 둘러봤다.
뉴질랜드 북섬 베이 오브 플렌티(Bay of Plenty)는 동해안을 따라 펼쳐지는 리아스식 해안지역이다. 기후가 온화하고, 토양이 비옥하며 경치가 빼어나 풍요로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 곳에서 뉴질랜드 키위의 80%가 생산되고 있다. 뉴질랜드 키위의 해외수출 및 마케팅을 담당하는 제스프리 본사(타우랑가)와 테푸케 리서치 센터(테푸케) 등 키위를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과일로 키워내는 데 일등 공신을 한 연구소와 기업들이 위치해있다.
테푸케 리서치 센터는 세계 최대의 키위연구농장이다. 전체 면적은 40㏊(12만평)에 달하며, 이중 35㏊가 키위농장이다. 세계최대규모의 원예작물연구소인 플랜트앤푸드에서 개발된 새로운 키위 품종을 상업화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알란 실 수석연구원은 "나무관리에서 수확과정은 물론 맛, 당도, 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며 "키위의 맛이 환경적인 요인에 따라 어떻게 변화는 지를 연구, 가장 이상적인 해답을 찾아내는 데 몰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연구과정을 거쳐 탄생한 대표적인 품종이 골드키위다. 15년의 연구 끝에 1991년 개발된 골드키위는 기존 그린키위가 가지고 있던 신맛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당도를 높여 우리나라, 일본, 대만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 중국에 이어 골드키위 3대 소비국이다.
알란 씨는 "골드키위는 순수한 교배를 수없이 반복하는 과정에서 얻어낸 결과물로 유전자 조작 등 화학적인 결합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최근에는 한쪽 끝이 뾰족한 골드키위의 모양을 보다 둥글게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조만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레드키위 개발에도 성공했다. 겉면은 골드키위 색이지만, 반으로 자르면 가운데가 붉은 색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당도가 기존 키위보다 훨씬 높고 비타민C 함유량도 풍부해, 골드키위의 계보를 잇는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맛을 없앤 그린키위, 껍질에 털이 없는 그린키위제품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스티븐 반얀 글로벌 마케팅 매니저는 "연구소측에 매년 1,000만달러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고 있고, 새롭게 개발된 품종에 대한 모든 특허권은 제스프리가 소유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선 키위 농가도 새로운 품종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라는 점이 명품 키위의 탄생비결"이라고 덧붙였다.
농가에서 수확한 키위는 팩하우스에서 포장과정을 거쳐 전세계로 수출된다. 철저한 위생관리시스템하에 키위분류작업이 전자동으로 이뤄지며, 각 공정마다 크기와 모양 등 이상유무를 체크하는 직원들이 확인작업을 거친다.
키위 농장주이자 제스프리 홍보대사 매리언 잉그햄씨는 "팩하우스에서 1등급 제품만이 제스프리 브랜드로 해외로 수출되고, 나머지는 내수용으로 뉴질랜드 내에서 소비된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키위산업은 매년 8%씩 성장세를 기록하며 블루오션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만 1조원을 넘겼다. 키위 생산 농가가 2,700명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전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양의 보고로 평가되는 키위의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견해이다.
뉴질랜드의 저명한 식품영양학자 린리 드러몬드씨는 "과일을 비롯한 음식섭취를 통해 얻는 비타민이 합성비타민을 통하는 것보다 10배 이상 효과가 있다"며 "골드키위에 함유된 비타민C는 오렌지의 2배, 비타민E는 사과의 6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테푸케 뉴질랜드=글·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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