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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을 부탁해] 2부 (3) 정부와 공공 기관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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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을 부탁해] 2부 (3) 정부와 공공 기관도 나선다

입력
2010.05.1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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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부부 두 아이 엄마, 유연근무제 아니면 꿈도 못꿨죠"

"엄마, 나 오늘 소풍 갈 때 엄마 회사 지나갔다. 엄마, 뭐했어?"

"그래? 엄마, 컴퓨터 보면서 일했지. 아픈 사람들한테 치료비가 잘 나갔는지 보기도 하고."

어찌 보면 꿈 같은 일이다. 아이가 이렇게 큰 것도 대견하지만 회사가 끝난 뒤 아이를 근처 어린이집에서 데려오면서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게 말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다니는 김윤정(34) 심사전산개발부 과장. 두 아이를 둔 직장 생활 10년차로 이젠 제법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위치에 있다. 과장인 만큼 책임질 일도 많다. 아이 키우기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직장 다니면서 아이 둘을 기르는 어려움은 신세가 같은 워킹 맘이라면 누구라도 알 것이다.

세월의 바늘은 5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2001년 7월 직장 새내기로 입사한 뒤 2003년 12월 모 금융 기관에 다니는 남편 이정수(가명)씨와 연애결혼했다. 서울에 사는 전형적인 맞벌이 부부로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때가 되면 외식도 하고 주말엔 오붓하게 나들이도 가고. 하지만 출산과 함께 엄청난 삶의 무게가 김 과장의 어깨를 짓눌렀다. 말 그대로 행복 끝, 고생 시작이었다.

2005년 5월 아들 기람이가 태어났고, 채 1년도 되기 전에 아이를 같이 돌봐야 할 남편과 생이별했다. 2006년 1월부터 2년간 남편이 지방 발령을 받아 주말 부부가 된 것. 주말에야 남편이 부산에서 올라와 수고가 덜했지만, 문제는 주중이었다. 낮에는 일하는 아줌마가 가사를 돌봐 줬지만 밤에 우는 아이와 혼자 실랑이를 해야 했다. 충북 영동군에 있는 친정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시골 살림을 제쳐 두고 올라오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워킹 맘 선배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주말에 올라온 남편과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도 해 봤다.

다행히 해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바로 푸르니어린이집이었다. 이 어린이집은 심평원이 하나은행 포스코 등 다른 기업들과 공동 출자해 만든 직장보육시설. 어린이집이 회사 근처(서울 서초동)에 있어 아침에 금호동 집에서 아이와 같이 나와 이곳에 맡기면 된다. 직장인 부모를 위한 전용 보육시설이라 저녁 10시까지도 안심하고 아이를 둘 수 있다. 정부 산하 기관이어서 국정감사 시즌 등에 접어들면 야근이 적지 않은데 불편한 마음이 한결 덜하다.

항상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초조해 하는 게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겨 둔 부모 심정이다. 보육시설에 "미안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전화할 때 부모의 스트레스는 최고조에 달한다. 김 과장은 그런 얘기를 친구들로부터 들을 때면 이 어린이집이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회사에서 출자해 만든 회사라 그런지 믿음이 많이 갑니다."

유연근무제가 장려되는 것도 김 과장에겐 또 다른 행운. "아침에 아이 깨우고 밥 먹이고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9시에 출근하려면 전쟁이나 마찬가지죠." 유연근무제는 직원이 근무시간을 자신의 생활에 맞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통상 10시에 출근하면 퇴근도 1시간 미뤄 7시에 업무를 마칠 수 있는 제도다. 육아 부담이 큰 워킹 맘에겐 큰 혜택이다. 물론 아침 8시에 출근해 한 시간 일찍 퇴근하는 것도 가능하다. 때문에 육아 이외에도 공부나 간병을 위해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직원도 적지 않다.

김 과장은 지금은 평상 근무를 하고 있지만 기람이와 씨름하던 초기에는 너무나 요긴하게 이 제도를 이용했다. 물론 지금도 둘째 아이 때문에 힘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2007년 12월에 태어난 딸 기율이를 보살피느라 손이 많이 가지만 익숙해진 탓인지 첫째 아이만큼 어렵지는 않다. 기율이도 작년 4월부터 오빠랑 같은 어린이집에 다닌다.

문제는 1월부터 남편과 다시 주말 부부가 됐다는 것이다. 남편이 국내 대학 석사 과정 연수를 위해 내년 말까지 주중에 대학에서 기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섯 살인 기람이가 어느덧 엄마와 말동무를 할 정도로 컸다. 동생이 생긴 탓인지 어떨 때는 의젓한 행동도 한다. 아직 셋째를 가져 볼 엄두를 내진 못하지만 워킹 맘의 슬픈 비애를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 자체가 김 과장에겐 큰 위로로 다가온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 심평원, 직원의 73%가 여성… 노부모 봉양 간병휴직도 활성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직원 1,700명 중 73%가 여성이다. 일의 특성상 여성의 섬세함이 필수적이어서다. 심평원의 주 업무는 병원이나 약국이 환자 진료와 약 조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보험급여를 제대로 청구했는지 꼼꼼하게 따지는 것. 때문에 여직원 대부분이 병원 업무를 잘 아는 간호사다.

심평원은 이처럼 여직원이 많은 탓에 어느 공공 기관보다 더 세세하게 보육 지원책을 펴고 있다. 김윤정 과장 자녀가 이용하는 푸르니어린이집(정원 48명) 이외에도 직장과 거리가 먼 곳에 사는 직원에겐 지역보육시설 이용료를 지원하고 있다. 이용료 지원 대상은 2006년 155명에서 현재 252명으로 늘었다. 단순히 비용 측면에서만 보면 회사 부담이 커지는 게 사실이지만 안정된 가정생활이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이익이란 게 내부 판단이다.

심평원은 보육뿐 아니라 노부모 봉양 등을 고려한 간병휴직도 활성화하고 있다. 가족 일원이 장기요양이 필요한 상황에 처할 경우 재직 중 총 3년 범위에서 1회 1년 이내로 휴직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 입양을 위한 입양휴가도 두고 있다.

안효환 기획이사는 "여직원이 많은 조직 특성을 고려해 출산ㆍ보육 지원을 통한 가족 친화적 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조직과 직원 모두가 상호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 근로 단축·시차출퇴근·근무시간 선택… 정부기관 확산

근로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근무시간과 형태를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는 유연근무제가 공직 사회에도 도입된다. 유연근무제는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여서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해 있다. 한국도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 공직 사회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단 정부 쪽부터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유연근무제 중 가장 파격적인 것은 여성가족부가 추진 중인 시간제 근무 공무원 제도다. 법정 근무 시한(주 40시간)을 채우는 다른 근무제와 달리 15~35시간으로 줄여 일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근무시간에 다른 사람이 대체 근무를 할 수 있어 일자리 나누기에도 효과가 크다는 게 여가부 설명이다. 영국의 경우 중앙 공무원의 20%, 지방 공무원의 50% 이상이 시간제 공무원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 3월 말에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 20개 기관과 시간제 근무 공무원 시범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여가부의 경우 6급 여성 공무원이 이달 말부터 시범 근무에 나선다. 정부는 시범 운영에서의 문제점 등을 분석해 연말부터 본격 운영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개인 업무 특성에 따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조절해도 되는 연구직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가장 보편적인 건 시차출퇴근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처럼 출퇴근 시간을 조절하는 것인데 여가부, 교육과학기술부, 국가보훈처, 부산 동래구청 등 8개 기관이 도입할 예정이다.

주 40시간 범위에서 1일 근무시간(8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하루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택할 수 있는 근무시간 선택제는 보건복지부 환경부 통계청 경기도 등 4개 기관에서 시범 운영한다. 또 재택ㆍ원격 근무제는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을 비롯한 5개 기관이 도입하고, 주 40시간을 일하되 주 5일 미만으로 근무하는 집약근무제는 국토해양부와 기상청 등 4개 기관이 시행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유연근무제의 민간 기업 확산을 위한 워크숍을 이달 중 개최하고 11월에는 기업 규모별, 직종별 유연근무제 운영 모델 및 지원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복실 여가부 대변인은 "앞으로 민간 단체와의 공동협력사업을 통해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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