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도 에코(Eco)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환자에게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친환경 '그린 병원(Green Hospital)'으로 거듭나기 위해 병원들의 발걸음이 재다. 과거 무늬만 친환경인 병원에서 벗어나 대체에너지 활용부터 고효율의 단열재ㆍLED 전구 사용, 폐기물 관리 시스템 구축, 녹지공간 조성까지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아끼고 친환경 진료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병원 최초로 2008년 3.0MW급 열병합발전기를 도입해 연간 8억원에 달하는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두고, 병원 내에 백열전구를 고효율의 LED 램프로 교체해 연간 8,000만원의 비용을 줄였다.
이 달부터는 KT와 손잡고 전자책(e-Book)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자책은 종이 사용에 따른 나무 소비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 매체로 각광받고 있다. 최한용 삼성서울병원장은 "병원 내 녹색 의료환경을 조성하고 환자들에게 편리한 첨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자책 서비스를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은 컬러프린터 사용 줄이기, 자전거ㆍ도보로 출퇴근하기 등 친환경ㆍ저탄소 에너지 절약 등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이 병원은 2011년 3월에 완공될 리모델링 인테리어 컨셉트를 '그린+친환경'으로 정하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그린헬스병원으로 재탄생할 계획이다. 이철희 보라매병원장은 "지금까지 기술과 시설 분야에 한정되었던 각 병원의 미래 비전이 앞으로는 녹색성장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관망했다.
한림대의료원은 2008년 4월 '지구의 건강을 생각하는 그린 병원(Green Hospital)'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에코(Eco) 한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경기 안양시 평촌에 있는 한림대성심병원은 빗물을 받아 정수한 뒤 화장실 세정수로 쓰고, 주차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를 이용해 주차장과 병원 주변 가로등을 켠다. 이외에 스팀 소독기ㆍ건조기 등에서 발생하는 70도의 폐열을 이용해 온수(35~45도)를 데우는 등 에너지 재사용에도 앞장서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2008년 물ㆍ에너지 비용이 2007년에 비해 7%(1억원 정도) 절감됐다"고 말했다. 이혜란 한림대의료원장은 "2012년 9월 경기 화성시에 개원할 동탄성심병원은 에너지 절감, 저탄소 배출을 위한 태양광전지 시스템과 자연채광을 고려한 건물 설계 등으로 친환경 건물로 인증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도 2008년 초에 도입한 열회수시스템으로 연간 3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줄이고 있다. 시설팀 관계자는 "밖으로 배출하는 공기의 열을 재활용해 새로 들어오는 공기를 데우는 방식으로 연료비를 대폭 줄였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신관 건물에 서울지역 최대 규모의 태양열 발전시설을 설치해 여기서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공사에 공급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과 대구파티마병원은 새로 건축한 건물에 유해성이 적은 마감재를 사용하고, 창을 많이 내 자연채광을 늘려 연료비를 절감했다. 또 여유공간마다 화단과 안뜰을 꾸며 친환경 진료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지난달부터 환자와 가족에게 친환경세제 사용을 권장하는 '저탄소 녹색성장 실천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미 시작된 선진국의 '녹색 병원' 바람
선진국 의료기관들은 1990년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면서부터 친환경 녹색 의료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04년 빈 선언을 채택하고 의료시설에서 염화비닐(PVC) 사용 축소, 대체 에너지 사용, 친환경 제품 구매 등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영국은 병원에 사용되는 물품은 ISO 14025(환경국제규격) 인증 환경 라벨인 '녹색 깃발(Green Flag)'이 붙은 것을 사용하도록 하고, 오스트리아는 1992년부터 병원 내에서 PVC 포장재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독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실시하는 환경보호프로그램을 수행해 병원 내 감염성 폐기물을 줄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독일 베데스타병원은 환경보호프로그램을 시행한 지 6년 만에 병원 내 감염성 폐기물을 15배나 줄이고 쓰레기 배출량도 절반으로 감축했다. 미국의 뉴욕 프레스비테리언처지병원은 다양한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180만달러(약 21억6,000만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했다.
세계 11위 에너지 소비국인 우리 정부도 국제적인 녹색성장 기조에 발맞춰 녹색정책을 채택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마련해 이달 14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배출 전망치(BAU) 대비 30%까지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제 어떤 분야에서건 에코너지(EconergyㆍEcology+Energy)를 배제하고는 미래를 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병원도 예외일 수 없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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