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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한·중, 대북 공동 비전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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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한·중, 대북 공동 비전 찾아야

입력
2010.05.1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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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북중 우호관계가 한층 돈독해졌다는 평가다. 특히 중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전통적인 북중 우호관계 회복에 후한 점수를 준다. 두 차례 핵실험 강행 이후 소원해진 북중관계의 회복과 중국의 대북 경제지원 확대가 김 위원장의 방중 핵심 목표였는데 이번에 두 목표를 다 달성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장롄구이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북한엔 90점, 중국엔 80점 정도를 줄 수 있는" 성과라고 평했다.

북중 우호관계의 양면성

한반도 정세에 따라 북중관계와 한중관계는 상충하고 길항하는 측면이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크게 후퇴한 가운데 천안함 사건까지 겹친 현 시점에서는 말할 것이 없다. 우리 정부에 사전통보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김 위원장의 방중을 둘러싸고 한중 간에 벌어진 갈등이 양국 정부의 긴급 수습 노력으로 봉합되기는 했지만 불씨는 살아 있다. 당장 천안함 침몰이 북측 소행이라는 진상조사 발표가 나올 경우 이번에 강화된 북중관계는 대북 응징을 위한 국제공조 노력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그러나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북중관계 강화를 꼭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북중경협 강화만 해도 그렇다. 김 위원장 방중 이후 북중 간의 경제협력관계가 한층 깊어질 것은 분명하다. 북한 경제의 중국 예속 가속화에 대한 우려도 크다. 그러나 북중 경제협력이 성과를 내려면 북한 경제관리 방식에 일정한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원자바오 총리가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개혁개방과 경제건설의 경험을 소개해주고 싶다"고 한 것은 직설적으로 개혁개방을 촉구한 것이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북한에 개혁개방을 권유해왔다. 폐쇄적인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로는 경제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후진타오 주석도 2005년 10월 평양 방문 당시 김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와의 만찬 석상에서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를 자세히 소개했다. 중국식 개혁개방을 본받으라는 뜻을 깔고 한 얘기였을 것이다.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 심화가 북한을 조금이라도 개혁개방 쪽으로 나아가게 한다면 나쁠 게 없다.

후 주석이 제안한 전략적 소통 강화도 주목할 만하다. 양국 내정 및 외교에서의 중대문제와 국제 및 지역정세, 국정운영 경험 등 공통 관심사항에 대해 심도 있게 의사소통을 해 나가자고 했다. 핵 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나아가 후계체제 등 내정 문제까지 대내외적으로 파장이 큰 중대 사항에 대해서는 사전 소통을 통해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를 통해 한반도 긴장 요인을 미리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대북 영향력 확대를 통한 북한의 안정적 관리는 중국의 중요한 국익이다.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위협하는 북한 체제의 불안정이나 붕괴 사태는 물론이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도 원치 않는다. 중국은 북중우호 협력 강화를 통해 이런 국익을 얻어내고자 하며, 김 위원장의 방중 초청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시급한 한중관계 재정립

그러니 중국이 북중관계에서 중시하는 국익을 인정하지 않고 중국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 우리가 한미동맹을 중시하듯이 중국과 북한이 북중 혈맹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맥락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인 중국에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북한의 앞날에 대해 한중 양국의 공통의 비전과 목표가 없다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외교적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의 미래에 대해 중국과 공통의 인식을 갖지 못하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한중간 협력도 불가능하다. 핵 문제의 해결과 북한의 개혁개방 유도도 기대하기 어렵다. 발등의 불인 한중관계의 재정립은 북한에 대한 전략적 비전과 목표의 공유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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