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출구’를 향해 한 발짝을 옮겼다. 그렇다고 당장 금리를 올릴 확률은 높지 않지만, 굳게 닫아놓았던 금리인상 가능성은 어쨌든 열린 셈이다.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의 2%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15개월째 동결이다.
하지만 금통위는 기준금리 결정 후 배포한 ‘통화정책방향’성명서를 통해 지난달까지의 기조와 달라진 모습을 분명히 드러냈다. 우선 “당분간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한다”는 문구에서 ‘당분간’이라는 표현이 14개월만에 빠졌다. 시장은 이에 대해 “이제 적절한 시점이 되면 언제든지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또 경기진단과 관련, 지난달까지만 해도 “회복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라는 표현을 썼으나 이번에는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고용사정도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개선되고 있다” “경기회복으로 수요 압력이 점차 증대될 것”이란 표현도 들어갔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금통위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 변수가 모두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해,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언제든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그는 “경제성장률도 잠재성장률 수준에 거의 근접했으며, 하반기에는 이를 웃돌아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통위의 태도가 출구쪽으로 돌아섬에 따라, 시장금리도 일제히 올랐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13%포인트, 5년물 금리는 0.10%포인트나 급등했다.
하지만 이처럼 변화된 태도에도 불구하고 금통위가 당장 다음 달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대부분 채권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시점이 빨라야 7, 8월일 것으로 내다봤다. 공동락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발(發) 이슈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고 통화정책방향에도 ‘당분간’이란 문구가 삭제되는 등 변화가 나타났다”면서도 “점진적인 기조 변화라는 추세는 유지된 것으로 보이며 3분기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혁수 현대증권 연구원 역시 “한은뿐 아니라 최근 정부 입장도 금리인상에 한발 더 다가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확인해야 할 지표들이 많이 남아 있어 실제 인상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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