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긴다고 장담할 수 있는 상대도, 절대로 이기지 못할 상대도 없다."
허정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남아공 월드컵 조추첨 이후 입버릇처럼 강조한 말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에서 드러나듯 한국(45위)이 그리스(12위), 아르헨티나(7위), 나이지리아(20위)에 열세에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객관적 전력 차'가 반드시 승패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월드컵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vs 그리스
선제골을 터트려라
그리스와의 첫 판은 16강 진출을 위해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다. 그리스전에서 승점 3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남은 경기에 대한 부담이 가중된다.
그리스전 필승 조건은 선제골이다. 상대 골문을 열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갈 경우 심리적으로 쫓기며 그리스의 '선수비 후역습' 전술에 말려들 수 있다. 선제골을 일찍 터트릴 경우 그리스도 공세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리스의 수비 빗장이 풀린다면 박주영(AS 모나코), 이근호(이와타), 이청용(볼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의 스피드를 활용해 추가 골을 사냥할 틈도 넓어진다.
▲그리스 16년 만의 월드컵 진출, 수비 느린 발 약점
독일 출신의 명장 오토 레하겔 감독의 지휘 아래 그리스는 남아공월드컵 유럽지역 예선2조에서 6승2무2패를 기록, 2위로 본선에 올랐다. 지역예선 11경기에서 10골을 쓸어 담은 세오파니스 게카스(레버쿠젠)를 공격의 축으로, 기성용의 팀 동료인 사마라스(셀틱)와 살핀기디스(테살로니키)가 한국의 좌우 측면을 종횡무진 휘젓고 다닐 것으로 보인다.
카라구니스(파나시나이코스) 등이 지키는 허리진도 튼실하다. 특히 유로 2004 우승의 원동력인 '질식 수비'로 대표되는 포백 수비라인에는 파파스타소풀로스(제노아), 키르기아코스(리버풀) 등이 건재하다.
그리스는 수비에 치중하다가 역습에 나서는 공격 전술을 주로 구사한다. 날카로운 역습이 뛰어나긴 하지만, 단순한 공격 루트와 중앙 수비수들의 느린 발은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vs 아르헨티나
불가능은 없다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는 버거운 상대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 축구는 지난 월드컵에서 '절대 강자'를 상대로 선전한 경험이 있다. 94년 미국월드컵에서의 스페인(2-2), 독일(2-3)은 지금은 아르헨티나에 못지않은 강자로 평가됐지만 한국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지난 독일 월드컵에서도 프랑스와 1-1로 비기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자신감을 갖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친다면 예상을 뛰어 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봉쇄하지 않고서는 아르헨티나전에서 승점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전(2-0)처럼 패스 루트를 차단하고 볼을 잡은 상대에 전방위에서 압박을 가하는 협력 수비가 효과를 본다면 '기적'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아르헨티나, 세계 최고의 골잡이 총집합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이번 월드컵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가운데 하나다. '축구 황제'를 노리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비롯해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로 이어지는 공격력은 세계 최고다. 세 명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터트린 골만 총 82골.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의 힘겨운 경기가 점쳐지는 이유다.
특히 한국으로선 창조적인 플레이로 공격력을 극대화시키는 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리버풀)를 반드시 묶어야 승산이 있다. 3월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마스체라노를 완벽히 봉쇄하고 결승 쐐기골까지 터트린 박지성의 경험과 중앙 미드필더 기성용(셀틱)의 패기가 요구된다. 아르헨티나와 최소한 무승부를 거둘 경우, 16강 진출은 더 가깝게 다가올 수 있다.
vs 나이지리아
기세를 꺾어라
아프리카 축구의 특성은 한번 불 붙으면 무섭게 타오른다는 데 있다. 반면 경기가 꼬이면 급속도로 무너지는 단점이 있다. 경기 초반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 우위에 있는 체격 조건과 파워를 이용해 거친 플레이를 펼치는 상대에 두려움 없이 부딪힐 수 있는 투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과거와 달리 우리 선수들의 아프리카 축구에 대한 적응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특히 코트디부아르를 꺾은 경험이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아프리카 킬러' 박주영(AS 모나코)의 활약에 기대가 쏠린다. 박주영은 2005 네덜란드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과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프리카 팀을 상대로 골을 터트렸고 프랑스리그 1에서 아프리카 축구에 대한 적응도를 더욱 높였다.
▲8강 노리는 나이지리아, 기복 심한 경기력
나이지리아도 11일 예비 엔트리를 발표하는 등 본鳧岵?월드컵 모드에 들어갔다. 최근 발목 부상을 당한 존 오비 미켈(첼시)을 포함한 30명 가운데 국내파 2명을 뺀 전원이 해외파일 정도로 전력이 막강하다.
4-3-3 또는 4-3-1-2 포메이션을 구사하는 나이지리아의 공격은 야쿠부 아예그베니(에버턴)와 오바페미 마틴스(볼프스부프크)가 이끌고 있다. 치네두 오바시(호펜하임)와 빅토르 오빈나(말라가)의 눈부신 성장도 공격 전술의 다양화를 가능케 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첫 대회라는 점도 호재.
하지만 경기력이 들쭉날쭉해 기복이 심한 게 특징이다. 분위기를 타면 브라질 등 세계 최강팀과의 대결에서도 대등하거나 우세한 경기를 펼치는 반면, 먼저 골을 넣은 뒤 압박을 계속하면 페이스를 잃어버려 경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선제골을 넣고 상대를 흔들 심리전도 중요하다.
김정민기자
김종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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