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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 릴레이 인터뷰] <2> 민주당 한명숙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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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 릴레이 인터뷰] <2> 민주당 한명숙 후보

입력
2010.05.1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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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은 밝았고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 전 검찰과 대치하고 있었을 때의 어둡고 심각한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노무현정부 시절 최초의 여성 총리를 지낸 한명숙 전 총리는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후보로 첫 여성 서울시장을 노린다. 11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한 전 총리는 서울 시정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또박또박 밝혔다.

한 후보의 서울시 비전은 복지를 앞세워 '사람특별시'를 만드는 것이다. 한 후보는 "전시행정과 삽질경제를 위해 건물을 짓는데 넣었던 돈을 앞으로는 사람에게 쓰겠다"면서 한나라당 후보인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냥했다. 그는 자신의 도덕성을 공격하는 한나라당에 대해 "차떼기 정당으로 도덕성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_이번에 당선된다면 첫 여성 서울시장이 된다. 한 후보가 시장이 돼야 하는 이유를 말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불통의 리더십'이 문제다. 첫 여성시장이 된다면 이와는 정반대로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다. 거버넌스 행정, 네트워크 행정을 펴서 시민 여론을 수렴하고 애환과 아픔을 받아내겠다.

_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의 지난 4년간 시정에서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한강르네상스, 디자인 서울, 광화문 광장 등은 전시행정의 대표적 사례이다. 서울시 실업률이 16개 시도 중 인천을 제외하고 가장 높다. 복지, 교육, 일자리 등 서울시민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일에 매진하면 서울의 새로운 아침을 열 수 있다."

_출마 준비 기간이 짧다 보니 정책 분야에서 준비가 덜 돼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긴 시간 정치공작에 시달리느라 선거 준비가 조금 빡빡했다. 하지만 재선 국회의원, 여성부 장관, 환경부 장관, 국무총리를 지내며 국정을 운영해 봤다. "

_한 후보와 오 후보 모두 '도시 경쟁력'을 강조하는데, 차이점은 무엇인가.

"오 후보의 도시 경쟁력은 구시대 개념으로 전세계가 폐기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 유동성을 위해 자본을 많이 투입한 도시개발을 했다. 두바이가 비슷한 사례다. 많은 돈을 들였지만 부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시민들 삶의 질이 높아지고, 먹고 살 수 있는 일거리가 있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도시 경쟁력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 행복지수가 높은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다."

_도시 경쟁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서울시는 16개 시도 중 1인당 지역 총생산에서 다섯 번째, 성장률에서 최하위다. 규모 위주의 외형적 성장이 도시 경쟁력은 아니다. 복지의 질을 높이고 우리 고유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 짝퉁 뉴욕이나 두바이를 만들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는 100층 이상 건물을 5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것이 도시 경쟁력인가. 최상의 도시 경쟁력은 우리만의 최고의 것(the only, the best)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_ 한 후보가 '사람특별시' 슬로건을 내건 배경은 무엇인가.

"사람특별시는 보여주기식 건물 짓기에 넣었던 돈을 사람에게 쓰겠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돈을 써 인재를 양성하고 그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고 자기 미래를 구상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_ 오세훈 후보는 '공교육 강화'를 내세우고 있는데.

"오 후보가 '교육시장이 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공교육을 살리는 책무는 교육감에게 있다. 시장은 지원하는 보조역할을 하는 것이다. 오 후보의 말 자체가 조금 과장돼 있다. 나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하고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방과후 학교의 질과 양을 늘리겠다.

_문제는 예산 확보라고 생각한다.

"시장에 당선되면 현재 6조5,000억원인 교육과 복지예산을 2014년에는 10조원 이상으로 늘릴 것이다. 전체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사람 부문' 에 쓴다는 의미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대규모 건설사업을 조정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

_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계안 후보의 TV토론 요구를 거부해 비판을 받았다.

"TV토론을 거부한 적이 없다. 이 후보는 토론뿐 아니라 당이 결정한 경선 방식에 대해 총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래서 당에 조정을 맡겼다. 경선 방식과 절차에 대해서는 당이 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_한나라당이 최근 한 후보의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법적으론 무죄이지만 도덕적으론 유죄'라고 주장했는데.

"한나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중 32% 가량이 이미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굉장히 부패한 집단으로 도덕성을 논할 자격이 없다. 비열하게 계속 정치 공세를 한다면 나에게는 불리하지 않고 오히려 한나라당에 역풍이 불 것이다."

_총리 시절 조정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서울시장은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한 자리인데.

"장관과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조정의 명수'라는 말을 들었다. 불도저식 추진력이 갖는 한계가 뚜렷하다. 여론을 받아들이고, 서로 다 만족하지 않더라도 최대공약수를 만들어 내는 것이 민주주의다. "

_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이다. 한 후보가 노풍(盧風)에 기대려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는 100% 자발적이다. 나는 노무현재단의 전 이사장으로서 노 전 대통령 추모식에 참석할 생각이다.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노무현 정신과도 어긋난다."

■ 약력

▦1944년 평양 출신 ▦정신여고ㆍ이화여대 불문과 ▦한국여성민우회장 ▦16, 17대 국회의원 ▦여성부ㆍ환경부 장관 ▦국무총리

대담=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동국 정치부 차장

정리=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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