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을 정성스레 옮겨 적은 사경(寫經)은 우리 미술문화재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한 분야의 하나다.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경의 전통은 목판대장경으로 이어졌다.
1011년은 고려 초조 대장경이 조성되기 시작한 해. 올해 초조 대장경 사성(寫成) 1,000년을 맞아 대규모 사경 전시회가 열린다. 한국사경연구회(회장 김경호)는 15~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제5회 한국사경연구회원전 '삼청(三淸) 삼무(三無) 수행의 예술적 승화, 사경_그 영롱한 법사리전'을 연다. 김경호 회장은 "사경은 마음과 몸, 도구 및 재료 등 세 가지가 청정해야 하며, 욕심과 성냄, 어리석음 등 세 가지 장애가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수행의 하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101명의 작가가 3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품에 쓰인 총 글자 수만 40만 자가 넘을 정도다. 전통 사경의 기본인 불경, 변상도(變相圖ㆍ불교 경전의 내용을 알기 쉽게 표현한 그림)뿐만 아니라 성경, 사서삼경, 도덕경 등 이웃 종교의 경전을 다룬 작품들도 전시한다. 전통 사경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두루마리 형식의 권자본(卷子本),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절첩본(折帖本), 옛날 책 모양의 선장본(善裝本) 등 전통적인 장정 형식뿐만 아니라 액자, 족자, 병풍 등 현대적인 형식도 포함하고 있다. 금니(金泥)와 은니(銀泥)는 물론, 묵서(墨書), 주묵(朱墨), 경면주사(鏡面朱沙) 등 각종 재료가 망라된 점도 특징이다. 서체도 해서ㆍ전서ㆍ예서부터 한글의 고체ㆍ궁서체ㆍ가사체 등을 두루 갖췄다.
가장 부드러운 붓으로 크기 1㎝ 내외의 글씨를 쓰면서 서법(書法)의 요소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사경은 0.1㎜의 오차를 따지는 섬세한 작업이다. 국보 제196호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新羅白紙墨書大方廣佛華嚴經)'의 글씨 크기는 6㎜ 내외. 이번 전시에는 1㎝가 채 안 되는 글씨로 성경의 4대 복음서를 쓴 작품, 금강경 5,000여 자를 33번 사경한 작품 등이 선보인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