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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뭇거리지 마라" 돌아온 이건희 회장, 신사업 종잣돈 10배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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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뭇거리지 마라" 돌아온 이건희 회장, 신사업 종잣돈 10배 늘렸다

입력
2010.05.1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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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안사위'(居安思危ㆍ편안할 때 위험과 곤란이 닥칠 것을 생각하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뜻의 사자성어)

이건희 삼성 회장의 복귀 이후 친환경 및 건강 증진과 관련된 삼성의 신사업 투자가 당초 계획보다 10배 이상 늘어나게 됐다. 기존 사업만으로는 10년 후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이 때 오히려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 그가 경영 복귀 이후 내 놓은 첫 화두인 셈이다.

11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10일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신사업 추진과 관련된 사장단회의를 갖고, 2020년까지 총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친환경 및 건강증진 사업을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키로 했다. 이 회장이 3월 경영 복귀 이후 사장단 회의를 연 것은 처음이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업들이 주로 생활의 편리성을 높여주는 제품이었던 데 비해 신수종 사업은 대부분 환경과 생명을 중시하는 내용들"이라며 "10년 후를 내다 보고 삼성이 가진 핵심 역량과 시장의 변화, 시대적 요구 등을 모두 감안, 신수종 사업을 최종 확정하고 투자 계획까지 발표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삼성의 신수종 사업은 이미 1월 삼성의 세종시 투자 계획 발표 당시 공개됐던 내용이다. 이 회장이 경영 복귀를 한 만큼 뭔가 새로운 것을 내 놓을 것이라던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친다. 그러나 눈에 띄게 달라진 게 바로 투자 규모이다. 삼성의 1월 세종시 투자 발표 당시 자동차용 전지와 LED에 대한 투자 규모는 2015년까지 1조1,200억원이었다.

이번엔 2020년까지 자동차용 전지에 5조4,000억원, LED에 8조6,000억원 등 모두 14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내 놓았다. 기간이 5년 더 늘어난 것을 감안하더라도 투자 규모가 12배 이상 늘어난 것은 깜짝 놀랄 수준이다. 당시엔 발표되지 않은 태양전지 투자 규모도 6조원이라는 구체적 숫자가 나왔다. 3,300억원이던 헬스케어 분야 투자액도 이번에는 바이오 제약에 2조1,000억원, 의료기기 부문에 1조2,000억원 등 3조3,000억원으로 구체화하면서 딱 10배로 커졌다. 이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각 계열사의 최고경영자 수준에선 처리될 수 없는 사안들이 신속하게 결정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회장이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 기업의 사명"이라고 강조한 대목도 앞으로 삼성의 행보와 관련, 기억해야 하는 포인트다. 이 회장이 단순히 더 큰 돈을 버는 것 보다는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골몰하며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음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하게 투자해서 기회를 선점하고, 국가 경제에도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한다"와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많이 뽑아 실업 해소에도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은 선친인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사업보국' 정신을 떠 올리게 한다.

한편 이 회장이 경영 복귀 이후 첫 사장단 회의를 연 자리에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함께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전 경영전략실장 부회장)이 참석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 고문은 이 회장이 1월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쇼인 CES 행사에 참석할 때에도 옆자리를 지킨 바 있다.

삼성은 3월 이 회장의 경영 복귀를 발표하며 회장실을 신설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전처럼 구조조정본부 및 경영전략실을 부활할 지에 대해서는 계속 검토중인 상황이다. 그러나 장기 투자 계획 등이 나온 만큼 이를 실행할 인물과 조직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어 그의 거취가 주목된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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