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어제 현명관 제주지사 후보의 공천권을 전격 박탈했다. 현 후보의 친동생이 유권자들에게 현금 봉투를 주려다 현장에서 긴급 체포돼 구속된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도덕적 책임을 지고 제주지사 후보를 다시 내지 않기로 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다.
6ㆍ2지방선거가 깨끗하고 축제같은 분위기에서 치러지기를 바랐던 국민들에게 이번 사건은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선관위가 아무리 공명선거를 강조하고 사정당국이 단속과 감시를 강화해도 여전히 금품 살포와 같은 구시대적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 후보의 동생은 경찰이 돈을 주는 현장을 덮치자 유권자 명단을 씹어 삼키려고 했다고 한다. 얼마 전 수 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위조여권을 가지고 중국으로 도피하려다 경찰과 대낮 추격전 끝에 붙잡힌 민정기 당진군수의 엽기행각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지방선거가 과거 못지않은 돈 선거가 될 것이라는 조짐은 일찍부터 나타났다. 공천을 따내기 위해 현역 의원에게 돈을 건넨 이기수 여주군수 사건은 한 예에 불과하다. 공천 대가로 수억원 대의 금품이 오간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다. 한나라당의 대구 수성구청장, 민주당의 해남군수 후보 등 중앙당의 공천이 확정됐다가 비리가 드러나 취소된 사례도 여러 건이다. 각 당이 도덕적 공천과 깨끗한 선거를 외쳐왔으나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은 뇌물 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 4대 범죄 관련자는 아예 공천 신청도 받지 않는 등 도덕성을 강조했지만 제주지사 후보 파동 등으로 이미지 실추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선거 때마다 재연되는 금품 수수 등 악폐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의식도 높아져야 하겠지만 정당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우선이다. 공천이 취소된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도 그 하나다. 이런 점에서 한나라당은 제주만이 아니라 이미 공천이 취소된 당진과 대구 수성구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당초 약속을 지켜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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