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공간으로 구축되지만 시간으로 완성됩니다."
11일 오후 서울대가 개최한 '관악초청강연'에서 연사로 나선 스타 건축가 승효상(58)씨는 이날 2시간 가량의 강연 내내 건축에 녹아있는 삶과 시간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승씨는 "우리의 터에는 땅의 기록, 자연의 기록, 삶이 녹아 하나의 무늬가 새겨져 있어서 이를 보존하는 것은 아름다운 건축과 삶의 흔적을 동시에 지키는 일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호동 달동네를 예로 들며 "하늘아래 가장 아름다운 동네라는 산토리니와 금호동은 매우 닮아 있다"며 "옆집과 벽을 공유하고 골목길이 바로 공공영역이라 길과 건축 위에 소박하게 삶이 쌓여있다"고 말했다. 또 그런데 이를 특정 잣대로 아름답지 않다고 여겨 허물고 고층건물을 세운 처사는 범죄적 행위이며 공공체를 분열시키는 폭력이다"라 지적했다.
그는 건물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건축은 결코 완전한 사유재산이 될 수 없습니다. 주변을 오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하나의 건축물을 세우더라도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이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강연 말미에는 청중의 질문세례가 쏟아졌다. 인위적인 광장을 만들거나 디자인을 기획하는 정치적 시도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청중의 질문에는 "광장은 서양적 개념이라 우리는 지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마당과 골목길을 형성해 그 모든 것이 광장처럼 공공의 영역이 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답했다.
승효상씨는 마산성당, 경동교회, 성북동빌딩 등 한국 현대 건축사에 획을 긋는 작품들을 남겼으며 파주출판도시의 코디네이터로 활약한 스타 건축가다. 2002년에는 미국건축가협회로부터 2002년 명예 펠로우의 자격을 부여 받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총감독으로 선정됐다.
강연에는 교수와 학생 등 300여명이 참석해 강연 내내 거의 한 사람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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