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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경찰서장들의 '사랑의 집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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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경찰서장들의 '사랑의 집 짓기'

입력
2010.05.1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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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충남 천안시 목천읍 희망의 마을. 쓱싹쓱싹, 탕타~앙…, 톱질 소리 망치질 소리 사이사이로 근육들이 내지르는 비명 같은 한숨 소리도 간간이 들려온다. ‘사랑의 집 짓기’ 공사 현장. 작업복 차림의 일꾼 75명은 모두 예비 경찰서장들이다. 손에는 지휘봉 대신 톱과 망치를, 어깨에는 총경 계급장 대신 12자 구조목들을 얹었다. 목에 두른 수건이 축축해 뵈는 것이, 익숙지 않은 일에 진땀깨나 흘리고 있는 듯했다.

서장 취임 전 경찰대 치안정책과정 교육을 받고 있는 총경들이 11일부터 13일까지 2박3일간 ‘사랑의 집 짓기’에 나섰다. 공사 현장에서 차로 20여 분 걸리는 경찰교육원에 묵으면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현장을 누빈다. 이 날 공정은 목재로 벽체 구조를 앉히고 지붕 틀을 얹는 일이었다.

이들이 집을 짓자고 나선 것은 땀의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예비 입주자들과 둘러 앉아 점심을 먹으면서 영세민들의 애환도 듣고, 생활의 고충도 듣는다. 그러면서 빠듯한 생계와 생계형 범죄의 벼랑길처럼 좁은 자리에 선 이들의 삶을 배운다.

“IMF 때 사업 망하고 아직도 재기하지 못하고 있어요.”

“하루 종일 공사장에서 일해도 세 식구 먹고 살기 빠듯합니다.”

이들은 그들의 눈빛과 거친 손에서 삶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명성 총경은 “어려운 이웃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면서 “일선 경찰서에 나가서도 주민들의 어려운 점에 귀를 기울이면서 더욱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예비 경찰서장들은 6월 말 교육을 마칠 때까지 이곳을 다시 찾을 여유가 없기 때문에 입주하는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미리 도움을 줄 만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우선 10월말 입주 행사에 전원이 참석해 한 세대 당 대여섯 명씩 총 12세대의 후견인으로 나설 계획이다. 또 인근 경찰서에 부임하면 짬짬이 이곳을 찾아 집 짓기에 어떤 식으로든 힘을 보태자는 약속도 했다.

한국사랑의집짓기운동연합회가 주도하는 사랑의 집 짓기는 자원봉사자, 후원자, 입주자가 함께 참여하는 운동이다. 입주자는 입주 후 15년 이상 장기간 무이자로 건축비를 갚고, 회수된 돈은 다른 집을 짓는 데 쓰인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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