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주요 정당들이 선거에 임하는 전략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우려하던 대로 모두 정권 심판론이다. 야당은 ‘오만하고 독선적인’ 현 정권을 심판하자고 하고, 여당은 ‘무능한 지난 정권’을 다시 한번 심판하자고 한다.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이라면 지방선거에서의 승리 역시 모든 정당의 목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지방자치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 외에 다른 내용은 딱히 나오는 것도 들리는 것도 없는 현실은 다소 황당하고 걱정스럽다.
‘풀뿌리’ 공약과 비전 없어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세종시 문제와 천안함 사태 처리를 묻는 것도 당황스럽다. 지역 주민의 뜻과는 거리감이 있는 중앙당의 전략 공천도 여전히 일상적이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도 후보들이 자신들의 정책을 놓고 조율과 협상을 통해 단일화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조사를 통해 기계적으로 승자를 결정한다. 전략 공천이든 단일화든 기준은 오로지 상대 정당 후보에 대한 경쟁력뿐이다.
이런 흐름 속에 지방선거에 임하는 각 당의 필승 결의와 상대방의 약점 찾기와 비난만 난무할 뿐, 정작 각 당의 장점과 비전은 찾기 어렵다. ‘부정의 정의(negative definition)’는 대단히 공허하고 또한 위험하다. 반공이 국시가 되면, 공산주의만 아니라면 어느 것이든 용납하게 된다. 공산주의만 아니라면 독재와 부패도 정당화되고 용서된다.
‘오만한 정권’을 심판하자고 한다면 자치단체장이 오만하지만 않다면 무능해도 상관없다는 논리가 되고, ‘무능한 전 정권’을 또 다시 심판하기 위해서라면 자치단체장의 부패나 오만과 독선쯤은 눈감아 주어야 한다. 도저히 정답이 없는 선택지를 제시하고 유권자들에게 고통스러운 대답을 쥐어짠다. 자신들이 부패하지 않았다거나 무능하지 않다는 논리적인 설명은 없다.
흔히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한다. 개개인의 권리를 존중해 주면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민주사회에서 이해관계의 충돌과 갈등은 필연적이다. 이러한 충돌과 갈등을 선거를 통하여 드러내고 정치지도자들은 다양한 문제점들과 욕구들을 수렴하고 타협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선거가 끝난 후에 누가 당선되든 공동체가 그 동안의 갈등과 반목을 극복하고 다시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축제라고 한다.
그러나 자치단체장 후보들의 구체적인 공약과 비전은 사라진 채 상대방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만 부추기는 ‘정권 심판’의 선거가 과연 풀뿌리 지역민들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여 지방정치를 활성화시키고 민주주의의 기반을 다지고 지역 주민들이 다시 하나가 되는 축제가 될 수 있을까.
생활 현장의 의제 다퉈야
현 정권과 전 정권이 벌이는 심판론 속에 각 지역의 생활 현장의 의제는 실종되고, 상대 정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적개심만 고취시킬 뿐이다. 이러한 선거에 유권자들의 관심은 멀어지고, 그 결과에는 아무도 승복하지 않는다, 모두가 다시 하나가 되는 축제가 아니라 사회 갈등을 고질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뿐이다.
정당들의 정권 심판이 아니라 지역의 풀 뿌리 후보들의 서로 차별화되는 구체적인 정책과 아이디어를 둘러싸고 치열한 토론과 조율, 수렴이 이루어지는 선거를 보고 싶다. 모든 지역 주민이 ‘최악’과 ‘차악’ 사이의 선택을 강요당하지 않고 ‘최선’과 ‘차선’ 사이의 선택이 가능한 지방선거를 보고 싶다.
김상회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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