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법관으로부터 증언거부권을 고지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항소심에서 드러나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이재영)는 위증 혐의로 기소된 김모(54)씨에게 "증언거부권을 고지 받지 못해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2008년 5월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씨는 공동 피고인인 윤모씨에 대한 증언을 하고자 증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법의 한 법정에 섰다. 사기 사건을 담당한 A판사는 김씨에게 증언으로 인해 본인이나 친족 등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 물었고, 김씨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에 A판사는 "허위 진술을 할 경우 위증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고, 김씨는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한다"는 선서를 했다.
그러나 김씨는 윤씨의 송금 내역상 돈을 받은 적이 있는데도 "돈을 받아 사용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고, 결국 사기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또 다시 위증죄로 재판을 받게 됐다. 1심은 김씨의 허위 증언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무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은 A판사가 진행한 증인신문의 절차적 위법성부터 따졌다. 재판부는 "김씨는 자신의 증언으로 사기사건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는데도 증언거부권을 고지 받지 못했고, 이를 고지 받았다면 허위진술을 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160조)은 (증언으로 자신 또는 친족 등이 공소제기를 당할 우려가 있는 증인에게) 재판장은 신문 전에 증언거부권을 고지하도록 돼 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증언거부권을 고지 받지 못한 김씨는 '법률에 의해 선서한 증인'으로 볼 수 없어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즉, 선서를 앞둔 증인에게 법관이 증언거부권을 고지해 '침묵 또는 진술할지'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는 증인보호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올해 초 '증인이 선서를 했다면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종전 판례를 바꿔 '거부사유가 있는데도 증언거부권을 고지 받지 못한 경우에는 처벌 할 수 없다'는 새 판례를 내놓았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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