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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테러, 한국은 안전한가] (2) 구멍 뚫린 출입국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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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테러, 한국은 안전한가] (2) 구멍 뚫린 출입국관리

입력
2010.05.1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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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명여권·종교비자로 '들락날락'… 첩보 있어도 확인은 '한계'

탈레반 의혹을 받고 있는 파키스탄인 안와르 울하크(31)는 2003년 형 이름의 위명(僞名)여권과 종교비자로 재입국해 무려 7년이나 이슬람 성직자(이맘)로 위장한 채 살았다. 뿐만 아니라 2007년부터는 파키스탄-한국 친선교류회장을 맡아 한국 이슬람을 대표해 활발한 국제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우리 정부는 그가 위명여권으로 재입국한 것도, 종교학교도 나오지 않은 채 성직자 행세를 하는 것도, 심지어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4년간 물밑수사를 벌인 결과가 그랬다.

파키스탄에서 탈레반 혐의로 수배 중인 사실이 확인된 살림 모하메드(39)는 위명여권을 준비하는 수고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밀항선을 타고 전북 군산항에 도착한 뒤 담을 넘어 간단히 밀입국에 성공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테러 혐의자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몰래 숨어들 수 있는 '무방비 국가'임이 확인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종교비자

안와르가 사망한 형의 이름으로 종교비자를 받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정부의 종교비자를 받기 위해선 한국 신도들의 초청장과 현지 이슬람 종교학교(마드라사) 졸업증명서가 필요했다. 안와르는 우선 한국에서 가까이 지내던 파키스탄인 등에게 그의 형을 대구 모스크의 이맘으로 초청해달라고 협조를 구했다. 가족들이 그의 형에 대한 사망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한(駐韓) 파키스탄대사관을 통해 그의 형이 졸업한 마드라사 졸업증명서를 받는 것도 문제가 아니었다.

이 같은 허위서류를 심사해 걸러내야 할 곳은 주(駐)파키스탄 한국대사관인데, 안와르는 대사관 심사도 무난히 통과했다. 현지 대사관 관계자는 "영사 1명이 모든 비자심사를 책임지는데 하루 20~30건을 심사할 정도로 업무가 많아 준비서류를 제대로 갖춰오면 추가확인 없이 비자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실 파키스탄에서는 한국처럼 모든 주민등록이 전산화돼 있지도 않고, 서류위조가 일상화돼 있어 몇 만원 정도 주면 어떤 서류라도 만들 수 있다"면서 "이를 확인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모든 비자를 아예 안 내줄 수도 없는 일"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게다가 종교비자를 내줄 때 해당국의 담당(종교)장관 등의 보증을 받는 것도 아니어서 허위로 드러났더라도 외교적으로 문제 삼을 수도 없다. 파키스탄의 한 대학교수는 "미국에 갈 일이 있어 비자를 받을 땐 하단에 미 중앙정보국(CIA)이 내준 안보인증번호가 붙는다"면서 "미국은 외교부와 정보부가 함께 입국심사를 매우 오랜 기간에 걸쳐 심도 있게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위명여권

한국에서 불법체류하던 안와르는 파키스탄 고향으로 돌아가 형의 여권에 자기 사진만 바꿔 넣은 위명여권을 만들었다. 파키스탄에서 위명여권을 만드는 건 돈만 있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특히 안와르의 경우처럼 바코드가 없는 옛 수기(手記)여권의 경우엔 더욱 손쉽다. 과거 위조여권과 관련된 일을 했다는 파키스탄인 라자(가명)는 "파키스탄 내에서 주로 카라치에서 위조여권을 만드는데, 여권 위조를 위해 태국을 찾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위조여권의 가격은 세 가지로 구성된다. 첫째, 가려는 나라의 대포여권 구매비용, 둘째, 여권수술(passport surgery) 비용, 마지막으로 경찰에 줄 뇌물 등이다. 물론 이 가격은 나라별로 다른데, 인기 있는 여권은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로 영어권 국가다. 영국 식민지를 겪은 파키스탄인에겐 이들 국가가 언어장벽이 덜하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의 대포여권 가격은 10만 루피(한화 130만원 상당) 정도다. 여권의 사진이나 이름을 바꾸는 작업을 뜻하는 여권수술도 가격이 다양하다. 안와르처럼 수기여권의 사진만 바꾸는 식의 간단한 작업은 10만 루피 가량이고, 작업시간도 2,3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출국심사과정에서 뒤를 봐줄 경찰에게는 4만 루피(53만원 상당) 정도 주는 게 보통이다.

바코드가 붙은 신형여권의 경우에도 위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가격이 수기여권의 2배 정도 된다고 라자는 전했다. 최근 한국여권의 경우엔, 위조여권을 구하기보다 돈을 주고 진짜 비자를 받는 방식이 일반화돼 있다고 했다. 파키스탄 최대 도시 카라치에서 거래되는 한국 방문비자 가격은 40만 루피(533만원 상당), 근로비자는 60만 루피(800만원 상당) 정도다. 라자는 "이 같은 방식은 보통 내부 공모자의 협조로 가능하며, 신형여권 이후 일반화했다"면서 "얼마 전 스위스 대사관 관계자들이 이 같은 비리에 연루돼 처벌 받은 사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보의 부재

가장 큰 문제는 테러리스트 용의자가 입국했다는 첩보를 우리 정부가 접했더라도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입증할 정보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와르나 살림의 경우에도 우리 정부는 파키스탄 정부에 탈레반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수개월째 공식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일 미국 뉴욕 맨해튼 한 복판인 타임스퀘어에서 차량폭탄테러 미수사건이 발생했을 때 파키스탄 정부가 즉시 수사협조 의사를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와 CIA 등의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기록물 자체가 없다시피 한 파키스탄 현지사정도 한 요인이다. 국가데이터베이스ㆍ등록국(NADRA)에서 신형 주민등록증을 발급하고 전산화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도 등록되지 않은 주민이 태반이다. 서류화 관행이 없는 문제도 있지만, 수시로 테러나 전투가 벌어지는 불안정한 상황 탓이 크다.

이에 따라 미국, 파키스탄 등과의 정보 공유체제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혐의자를 붙잡았을 때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혐의를 입증할 정보를 확보하는 외교적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 문준모기자

■ '지문인식 입국시스템'도 안심 못한다

올 8월께부터 외국인이 위ㆍ변조 여권으로 입국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항ㆍ항만에 지문인식 입국시스템이 도입된다. 그러나 지문인식시스템만으로 테러혐의자 등 범죄자의 입국을 완전히 막기는 힘들 거라는 지적이 많다.

외국인조직범죄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외국인 지문확인 절차가 없었던 2005~2009년 위ㆍ변조 여권으로 재입국해 적발된 외국인은 1만972명으로 매년 평균 2,000명이 넘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문인식시스템이 도입된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실리콘 인조지문 등으로 빠져나갈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붙잡힌 위조기술자 최모(43)씨는 1,200만~1,500만원씩 받고 타인의 지문이 새겨진 실리콘 지문을 제작해 2007년 지문인식을 도입한 일본 입국심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해줬다. 실리콘 지문을 가려내기 위해 피부만의 특성(땀이나 전기)을 인식하거나 빛 굴절률을 확인하는 지문인식시스템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단계다.

지문인식기술의 오차율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두 손가락 지문확인방식(미국은 10지 확인)의 오차율은 1% 안쪽이다. 기술 수준에 따라 0.3%까지 줄인 곳도 있다. 1,000명이 입국하면 최소 3명은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지문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몇 년 전 미국에선 테러범의 지문을 추적한 결과 테러범이 아닌 미 해병의 지문과 동일하다는 잘못된 결과가 나온 일도 있었다.

이처럼 지문인식이 틀릴 수 있는 이유는 지문의 동일성을 판단하는 방식 때문이다. 한 손가락의 지문에는 사람마다 다른 '특징점'이 50~100개 존재한다. 그 중 특징점이 12개 이상 같으면 동일인이라고 보통 판단한다. 이를 디지털로 변환해 판독할 경우 미세한 차이를 분간하기 힘들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일각에서는 오류가능성이 거의 없는 안구 홍채인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출입국에 홍채인식을 도입한 국가는 미국 등 극소수에 그칠 정도로 인권논란 및 외교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한편, 법무부는 이와 관련, 올 11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출입국 안전을 총괄할 특별기구인 'G20정상회의 출입국안전대책단'을 운영키로 했다. 법무부는 "최근 탈레반 활동이 의심되는 외국인이 검거되고 위명(僞名)여권을 쓴 외국인의 입국기도가 빈발하는 등 우리나라도 더 이상 테러안전지대가 아니다"라며 "대책단을 통해 우범 외국인과 불법체류자의 범죄를 철저히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준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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