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매매 계약금으로 수십억 원을 지불한 뒤 다시 이를 빼앗으려 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범인들 중에는 현직 교사도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10일 계약금을 내놓으라며 부동산 매도인을 흉기로 위협한 혐의(강도상해 등)로 J건설 대표 배모(31)씨와 교사 이모(33)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말기암 환자 송모(32)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배씨 등은 4월 2일 오전 10시20분께 복면을 쓰고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김모(71·여)씨의 오피스텔로 찾아가 계약금으로 준 30억원을 빼앗으려 한 혐의다. 이들은 김씨 부부를 13시간 동안 감금·폭행하며 현금 등 1,600만원을 강탈하고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게 김씨 자녀와 손자들의 사진과 연락처가 적힌 수첩을 빼앗은 혐의도 받고 있다. 또 대포통장 계좌번호를 알려주며 나중에 2억원을 송금하도록 강요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배씨는 상가를 짓기 위해 1월 27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의 김씨 소유 땅 841㎡를 70억원에 매매하기로 계약하고 사채 30억원을 끌어다 계약금으로 줬다. 하지만 나머지 40억원을 마련할 길이 막막하자 고향 선ㆍ후배인 이씨 등 3명을 끌어들여 범행을 저질렀다. 수도권 모 고교에서 체육교사로 재직 중인 이씨는 전북 지역 고교에서 함께 운동선수 생활을 했던 후배 송씨의 제의로 가담했다. 이씨는 알리바이를 위해 학교에 출근했다 강도짓을 한 뒤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고양=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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