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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을 부탁해] 2부 일과 가정의 양립, 그래도 길은 있다 ⑴ 해결의 열쇠, 행복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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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을 부탁해] 2부 일과 가정의 양립, 그래도 길은 있다 ⑴ 해결의 열쇠, 행복한 학교

입력
2010.05.1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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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벌이 가정 등 보육사각 시간에 '울타리 역할' 믿음직"

"학교에서 아이를 맡아 주니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어요."

최근 워킹 맘 대열에 들어선 박혜정(35)씨는 행복한학교재단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덕분에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 지난해 전공을 살려 정보기술(IT) 관련 회사 재취업에 성공했지만 가슴 한 켠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 걱정이 가득했다. '

아이가 처음 학교에 들어가 적응도 힘들 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면 마치 죄를 짓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박씨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아이가 입학한 학교가 행복한학교재단의 방과후학교 시범 학교로 선정돼 퇴근할 때까지 보육 사각 시간의 공백을 메워 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곳에서는 교과 과정 교육뿐 아니라 전인교육까지 해 주니 더 바랄 게 없다. 박씨는 "퇴근 시간까지 학교가 아이를 엄마처럼 돌봐 주니 엄마로서는 참 고맙다"며 "아이도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재미있다며 즐거워해 더욱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행복한학교재단이 운영하는 방과후학교가 워킹 맘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출범한 지 석 달 남짓 됐지만 벌써부터 확대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 재단은 1월 서울시와 SK그룹, 시내 여성인력개발기관 운영 단체(NGO) 20곳이 함께 만든 사회적기업으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학교를 운영한다. 시와 SK가 재단 출연금을 냈으며 시는 체계적 학생 관리를 위한 전산 시스템 구축과 강사 양성 관리를, SK는 학교 경영을 맡는다. 첨단 IT 서비스 제공과 대학생자원봉사단 지원도 SK의 몫이다. 여성인력개발기관들은 강사 양성 및 교육콘텐츠 개발을 담당한다.

현재 미양초교 동산초교 송정초교 양천초교 등 12개 학교가 시범 참여하고 있으며 2학기에는 20개교, 2012년에는 160여개교로 참여 학교를 늘릴 예정이다.

기존 방과후학교는 죄다 특기적성 과목 위주로 운영된다. 하지만 행복한학교는 3가지 신개념을 도입해 이를 탈피했다. 특기적성, 일반 교과, 보육 프로그램을 포괄하는 울타리교육(Total Edu_care Program), 전 학년에 걸친 개인별 맞춤형 프로그램인 꾸러미교육(Package Edu Program), 개별 과목을 수준별로 반을 편성해 실시하는 낱개교육(Class Edu Program)이 그것이다.

가장 차별화한 기능은 초등학교 저학년과 맞벌이 가정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울타리교육이다. 방과후학교가 끝나도 워킹 맘이 퇴근할 때까지 4~6시간 동안 숙제 지도, 놀이 수업, 준비물 챙기기 등을 해 준다. 아이가 귀가할 때는 학부모와 연락해 상황을 알리고 필요할 때면 보육담당교사가 집까지 아이를 데려다 주는 동행 귀가 서비스도 제공한다. 꾸러미교육과 낱개교육은 각각 학원 종합반과 단과반을 생각하면 된다.

행복한학교 비용은 주 20시간 수강 기준으로 16만5,000원. 45만원인 사설학원에 비해 엄청 싸고 30만원 정도를 받는 다른 방과후학교에 비해서도 훨씬 저렴하다.

이한승 행복한학교재단 경영기획본부장은 "학교가 그 어떤 곳보다 즐겁고 안전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 사업의 목표"라고 말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 "학교가 엄마처럼 돌봐주니 든든"

워킹 맘에게 수퍼우먼이 되도록 강요하는 것은 바로 한국 사회다. 일과 가사를 함께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직장 가정 국가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서히 변화의 바람도 불고 있다. 보육 걱정을 해결해 주면서 자연스레 경쟁력을 높인 기업도 나타나고 있고, 정부와 공공 기관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영원한 남의 편이라 불리던 남편들 역시 변신을 위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한국일보가 1월 11일자부터 5회에 걸쳐 연재한 기획시리즈 '워킹 맘을 부탁해'의 1부 '요원한 일과 가정의 양립'이 답답한 우리 현실에 대한 고발이었다면 2부 '일과 가정의 양립, 그래도 길은 있다'(5회 예정)는 희망의 단초를 붙잡아 보려는 노력이다.

10일 오후 서울 성산초등학교 2학년 3반 교실. 10명 남짓한 1학년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창의력독서라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수강 중이다.

하지만 다른 독서 수업과 달리 교실이 떠들썩하다. 아이들은 정규 수업이 끝나 약간은 따분할 만도 한데 서로서로 의견 발표에 열성이다. 언뜻 보면 마치 웅변대회장 같다. 김지연 교사가 이란 동화책 캐릭터가 그려진 그림판을 들고 "욕심쟁이 김 부자는 왜 똥 벼락을 맞았을까요"라고 묻자 "도깨비가 혼내 줬어요" "심술 때문이에요" 등 다양한 답변이 쏟아진다. 엉덩이를 의자에 반쯤 걸친 채 김 교사의 질문에 목청껏 답하는 아이들, 수업을 놀이처럼 즐기고 있다. 학기초 수줍음이 많아 아이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던 이서연양도 손을 들고 "돌쇠에게 못되게 굴어서 그래요"라고 자신만의 생각을 답한다.

김 교사가 정답을 가리고 있던 표지를 그림판에서 떼내려 하자 떠들썩했던 교실에 순간 고요함이 감돈다. 숨죽이는 순간도 잠시, 정답이 나타나자 이내 아이들은 저마다의 생각과 비교해 가며 김 교사와 대화를 시작한다. 대화식 수업 방법을 독서 수업에 적용한 것으로 학생 수가 적어 가능한 일이다.

이 학교는 서울시와 SK그룹 등이 모여 설립한 교육 전문 사회적기업 행복한학교재단에 위탁해 3월부터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국어 과학 등 교과 과정에 대한 보충ㆍ심화 학습은 물론이고 창의력독서, 미리 보는 체험 활동, 지도로 떠나는 지리 여행, 지구촌 문화 탐구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학생 수도 한 반에 15명 미만이라 교사가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귀 기울일 수가 있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맡기기에는 더 이상 훌륭한 프로그램이 없지 싶다.

이 방과후학교에서는 밤 늦게 퇴근하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 저녁 때까지 아이를 봐 주는 돌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날도 오후 5시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모두 마친 서연이는 돌봄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신관 2층 보육실로 향했다. 서연이는 워킹 맘 자녀라 어머니가 일을 마치고 올 때까지 이곳에서 지낸다.

"서연이 왔니, 수업은 재미있었니,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냈고…." 보육담당교사가 어머니처럼 아이들을 챙긴다. 하루 일과를 들어 주고 고민을 상담해 주는 것도 보육담당교사의 몫이다.

김진향 성산초교 교장은"워킹 맘이 늘고 있지만 아이들을 믿고 맡길 만한 곳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풍성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아이들도, 엄마들도 행복하게 만드는 게 행복한학교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박철현기자 karam@hk.co.kr

■ 행복한학교 "우린 교사들부터 달라요"

행복한학교재단이 파견하는 교사는 학교 검증만 거친 그동안의 방과후학교 교사와는 차이가 크다. 재단이 책임지고 양성한 우수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교사는 재단 공동 설립자인 서울 시내 여성인력개발기관 운영 단체 20곳이 직접 키워 낸 1만1,200여명의 강사진 가운데 선발해 보낸다.

교사자격증을 가진 교과 담당 강사진뿐 아니라 일정한 교육을 거쳐 선발된 특기적성 과목 강사, 집단행동 강사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교사 경력을 보유했지만 경력이 단절된 주부들을 재교육시키는 시의 장롱 자격증 되살리기 사업으로 양성한 교과 강사들도 활용한다.

재단은 일단 보내진 교사들도 다각적 시스템으로 검증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맡길 수 있다. 특히 개강 후 심사리스트를 통해 교사에 대한 개별 점검을 해 전반적 수업 내용을 평가하고 수강생 및 학부모 만족도 조사 등도 실시한다. 그리고 이런 사후 관리 결과를 토대로 교사 재계약 여부가 결정된다.

교사에게는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해 줘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방과후학교 교사는 임시위촉직이라 양질의 수업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행복한학교에선 여성인력개발기관 소속의 파트 타임 정규직으로 전환돼 안정적 일자리를 갖게 됐다. 시는 5년간 방과후학교 교사뿐 아니라 학습돌보미와 사무직 등 7,400여개의 안정적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행복한학교는 학원가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현장체험 활동 및 토론창의교육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명예교사도 적극 활용한다.

의 저자 고정욱 작가, 저자 강석진 박사, 를 지은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지휘자 정명훈씨, 가수 마야, 저자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 이혜정 요리전문가, 마술사 이은결씨 등 사회 저명 인사가 모두 명예교사다. 지난 어린이날에는 초등학생 93명이 명예교사들과 강원 횡성군 숲체원으로 1박 2일 캠프를 떠나기도 했다.

조은희 시 여성가족정책관은 "행복한학교를 방과후학교의 선도적 모델로 발전시켜 공교육을 내실화하고 여성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 가구당 月 평균 보육비 33만원 '허리 휘네'

"공교육을 되살려 서울 시민들이 출산과 보육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오세훈 서울시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여성이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한명숙 전 총리).

6ㆍ2 지방선거의 핵심 이슈는 교육과 보육이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인 한 전 총리가 아이맞춤형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강화 등 복지 공약을 발표하자 한나라당 후보인 오 시장 측은 "늦은 시간 보육(24시간 365일 보육)은 이미 향후 정책으로 제시했던 내용으로 한 전 총리가 정책 베끼기를 하고 있다"고 맞섰다.

유력 후보들의 이 같은 행보는 한국 사회의 유아 및 초등생 보육 문제, 이에 따른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과 맞닿아 있다.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자녀로 둔 맞벌이 부부의 가장 큰 고민은 보육비 부담이 날로 늘고 있다는 것과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 기관이 드물다는 것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가구의 월평균 교육ㆍ보육비는 33만2,000원이었다. 이는 가구소득의 약 13%에 해당하며 5년 전인 2004년에 비해 24.3% 증가한 수치다. 보육 시설 이용자의 62%는 "보육비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이 초등학교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다. 수업이 끝난 후 마땅히 갈 곳이 없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규 수업을 보완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 기관의 기능까지 병행한다는 취지.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9년 현재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는 3,413곳이다. 전국 초등학교의 58.6%에 해당하는 수치로 대전(136곳ㆍ98.6%) 강원(330곳ㆍ93.5%) 충남(392곳ㆍ90.7%)이 운영 학교 비율이 높았다. 운영 비율이 가장 저조한 지역은 경북으로 전체 초등학교 중 28.2%(140곳)에 불과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학부모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09년 방과후학교 운영 실태 조사 및 성과 분석 연구'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에 자녀를 참여시키고 있는 학부모의 만족도 평균 점수는 5점 만점에 4.13점으로 '매우 만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안전한 돌봄'(4.42점) '사교육비 경감 효과'(4.22점) '여성의 사회 활동 지원'(4.20점) 등 효과에 대해 모두 높은 점수를 줬다.

다만 프로그램에 대한 기초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이 저조하고, 지역별 재정 지원 비율 격차가 큰 것에 대해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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