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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제 머리 깎기' 정부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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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제 머리 깎기' 정부 개혁

입력
2010.05.1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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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9일 정부와 사회 전반에 대한 고강도 개혁의지를 천명하였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는 선거가 없어 일을 많이 할 수 있다는 근거까지 소개하였다. 참 반가운 말이다. 대통령의 지적대로 우리에겐 개혁의 여지가 너무나 많고 여기엔 어느 부처도 예외일 수 없다. 6.2 지방선거 이후 휴가철이 끝나면 바로 임기의 반환점을 맞는다. 임기 후반기에도 개혁을 계속하려면 지금은 그 개혁을 준비할 때다.

임기 후반 개혁체계 정비를

가장 중요한 준비는 추진체계 정비이다. 청와대가 모든 개혁을 진두 지휘할 순 없으니 대리기구가 필요하다. 이 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개혁을 통해 소관 부처의 이익이나 권한 약화가 예상될 경우, 그 개혁은 소관 부처에 맡기지 말라는 뜻이다.

1998년 초, 공기업 민영화를 누가 추진할지를 놓고 부처 간 갈등이 있었다. 그 전까지 공기업 민영화는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재정경제부 소관이었으나, 공기업 개혁 전반을 담당하는 기획예산위원회(후에 기획예산처)가 신설되면서 갈등이 생겼다. 논란 끝에 기획예산위가 주체가 되고 재경부는 협조하는 것으로 합의된다. 탁월한 결론이었다. 공기업 민영화는 재경부가 관리하는 국유재산의 감소를 의미했다. 공기업은 재경부의'제 머리'였던 것이다. 만약 재경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주도했다면 상대적으로 민영화의 폭이 줄었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기획예산처는 개혁의 주도부처로서 재정, 행정, 공기업을 대상으로 포괄적인 개혁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재정 개혁이 더디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 이유는 기획예산처가 재정의 한 축인 예산도 담당했기 때문이다. 예비타당성 조사 등 재정 당국의 힘을 강화하는 개혁은 차질 없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예산 당국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재정 개혁은 기획예산처가 제대로 깎지 못한 '제 머리'였다.

현 정부 들어 정부 개혁의 추진력은 각 부처로 분산되었으나 큰 줄기는 행정안전부로 들어 갔다. 주관적이기는 하나 많은 학자들은 공직사회의 인사 개혁이 다소 더디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필자는 행안부가 인사관리를 하면서 동시에 인사 개혁을 추진하는 '제 머리 깎기'체계가 그 배경 중 하나라는 가설을 가지고 있다. 인사 개혁의 주요 방향인 분권화가 행안부의 권한을 약화시킬 거라는 예상은 이 가설에 설득력을 더한다.

물론 모든 개혁을 외부 기관이 주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문화 혁신, 근무여건 개선 등은 각 기관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해당 부처는 원치 않으나 국가적으로 필요한 개혁 과제도 많다. 이때에는 누군가 부처 밖에서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방안이 적절한지 검토하며, 실행 여부도 점검해야 한다. 부처 간 합의가 필요한 사안에는 제3의 개혁 기구가 더 절실하다.

개혁 주도할 '이발사'필요

현 정부에는 이와 같이 다른 부처의 머리를 깎아 주는 '이발사'가 없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기획예산처, 노무현 정부에선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그 역할을 담당했다. 지금은 행안부가 정부 개혁의 적통을 잇고 있으나 그 기능은 개혁의 일부 분야에 국한되어 있을 뿐이다. 노무현 정부엔 타 부처를 간섭하는 위원회가 너무 많아 걱정이었는데 현 정부에선 너무 없어 걱정이다. 결국 그 부담은 모두 청와대로 몰린다.

대통령의 임기 후반 국정개혁의 주도기구를 준비할 때다. 그 기구는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모든 부처에 쓴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신설이 어렵다면 미래기획위원회의 기능과 조직 확대도 한 방안이다. 사안마다 여기저기 추진체를 만들기 보다는 미래기획위원회에 과제별 임시 소위원회를 두는 방식이 개혁의 힘을 받는데 유리하다. 누가 되었든 타 부처를 긴장시키고 때론 성가시게 하는 역할을 해 주어야 국정개혁이 성공한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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