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직접 주문하고 나선 다음 날인 10일 검찰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스폰서 검사'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26일 "검찰 내부 문화를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또다시 검찰을 공개 질책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침체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진상규명위원회에 이번 의혹의 진위 규명을 일임한 만큼 일단은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조치가 당장 취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진상 조사가 마무리되면 자연스레 검찰개혁 방안이 추진될 것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대검과 법무부는 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취합하거나 긴급 간부 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일선 수사 검사들은 무엇보다 최근 분위기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의 설치로 이어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스폰서라는 잘못된 관행이 결국은 검찰의 기소독점권에서 비롯된 만큼, 앞으로의 제도 개선 논의에서 이 부분은 빠질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의 '싹'을 잘라내기 위한 검찰제도 개혁이라면 공수처 도입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공수처 도입에 대해 수사인력 문제나 과도한 실적 경쟁 등으로 오히려 수사의 비효율이 초래될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최근 검찰의 '위기'와 관련해 조심스레 항변하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2000년대 들어 임관한 한 검사는 "스폰서 문화는 접해보지도 못했는데, 검찰 전체가 비리집단으로 매도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검찰이 신뢰를 잃은 것은 비단 스폰서 검사 의혹 때문이 아니라, 현 정부 들어 정권 입맛에 맞는 '무리한 수사'를 통해 정치 편향성을 드러낸 결과라는 반성도 적지 않다. 지방검찰청의 한 간부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보다 더 철저히 수사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코드 수사'는 정권의 잘못된 인사에서 비롯된다는 지적 또한 적지 않다. 정권의 '보은 인사'와 정권에 대한 '보은 수사'가 동전의 앞뒤처럼 맞물려 검찰을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지적이다.
한 검찰 간부는 "대통령의 발언의 속뜻이 무엇이든, 검찰로선 그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소신껏 수사함으로써 국민 신뢰를 되찾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에 대한 외부 견제가 필요하더라도 정당한 사법권의 행사마저 위협받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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