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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세계문학과 만나다] <2> 마르탱 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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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세계문학과 만나다] <2> 마르탱 파주

입력
2010.05.1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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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탱 파주(35)는 깊은 철학적 사유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프랑스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다. 파리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심리학, 철학, 사회학, 예술사, 음악 등을 폭넓게 공부한 그는 대학 재학 중이던 2001년 장편소설 를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국내에도 번역된 이 작품은 대학 강사 앙투안이 지성 대신 욕망에 충실하게 살고자 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유머러스하게 다루면서, 진정성 있는 삶은 과연 무엇인지 독자에게 묻는다.

파주는 이후 자살을 꿈꾸는 남자의 하루를 그린 블랙코미디 (2002), 예술가의 허울을 쓴 협잡꾼들에 의해 하루아침에 예술계의 신데렐라가 된 고아 소녀의 몰락을 다룬 (2003) 등 문제적 소설을 잇따라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최근엔 어린이ㆍ청소년소설, 베데(프랑스어권 만화), 영화 시나리오, 문학비평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국내 출간된 그의 어린이소설 3권 중 한 권인 는 연출가 박승걸씨가 연극으로 만들어 15일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코엑스에서 상연한다. 서울국제도서전 초청으로 11일 처음 한국을 찾는 파주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_ 대학생 때 작가로 데뷔했다. 당시 술과 담배에 탐닉했고 거듭된 실패로 우울, 불면증을 겪었다고 회고한 글을 읽었다. 그런 방황이 당신을 문학으로 인도했나.

"그때 나는 불량 학생으로 친구도 없었고 심약했다. 내가 술고래에 골초였던 것은 세상과의 불편한 관계를 견뎌내기 위해서였다. 그런 내게 예술은 피난처이자 출구 역할을 해줬다. 글을 쓰면서 내 심약함을 표현했고 동시에 그 해결 방도를 찾아냈다."

_ 데뷔작 의 주인공 앙투안은 매년 '다독왕'에 선정되고 희귀 언어인 아람어를 구사할 만큼 박식하지만, 늘 가난과 우울에 시달린다. 그는 자신의 병은 바로 '지성(知性)'이라는 결론을 내고, '바보'가 돼서 세속적으로 살겠다는 결심을 한다. 다른 소설에서 못 보던 독특한 인물이다.

"이 소설을 쓸 당시 우울함을 자주 느꼈는데, 그 이유가 많은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다보니 세상 어떤 것도 무심히 지나칠 수가 없어서였다. 거기서 탈출하기 위해 생각을 멈추고 '바보'가 됐던 경험을 소설에 담았다."

_ 는 타락한 예술계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담고 있어 한국에 번역됐을 때도 화제가 됐다.

"내가 파리의 문단을 처음 접했을 때의 경험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그때 나는 예술로 위장된 그 세계의 폭력과 불합리에 겁을 먹었다. 작가는 진실된 마음과 열정으로 예술을 대하되, '예술계'와는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예술계는 예술의 가장 큰 적이다."

_ 당신의 작품은 상상력과 통찰력을 겸비했다는 정평이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철학과 인문학 책으로 공부하고 메모를 한다. 학문 간 경계는 신경쓰지 않는다. 내 머리는 말 그대로 지식에 '굶주려' 있으니까. 상상력이란 세상을 다른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상상력을 통해 서로 무관해 보이던 것들에서 관계와 의미를 찾아내고 세상에 대해 발언할 수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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