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초 27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 하늘로 손을 뻗었다. 고교시절 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얼굴이 아련히 떠올랐다. 이날은 미국의 ‘어머니 날’이었다. 경기 종료 후 덕아웃 앞으로 달려가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를 껴안았다.
오클랜드 왼손투수 댈러스 브래든(27)이 10일(한국시간) 오클랜드 콜리시엄에서 열린 탬파베이전에서 9이닝 무피안타 무4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메이저리그 통산 19번째 퍼펙트 게임의 위업을 이뤘다. 투구수는 총 109개, 이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77개였다. 브래든의 시즌 성적은 4승2패 평균자책점 3.33, 2007년부터 통산 성적은 18승23패 평균자책점 4.49.
메이저리그에서 퍼펙트 게임은 19번째이자, 지난해 7월24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마크 벌리가 18번째를 달성한 이후 10개월 만이다. 또 오클랜드 선수로는 1968년 5월8일(현지시간) 캣 피시 헌터가 미네소타를 상대로 기록한 이후 42년 만. 탬파베이는 벌리에게 당한 지 1년도 안 돼 또다시 대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탬파베이는 올해 막강전력으로 평가되는 팀이기에 충격은 두 배였다.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에서 노히트 노런은 10차례 있었지만 퍼펙트 게임은 한 번도 없었다. 97년 5월23일 빙그레 정민철이 OB전에서 4사구 없이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으로 한 번의 출루를 허용한 게 퍼펙트 게임에 가장 가까웠다.
퍼펙트 게임답게 브래든의 투구내용도 완벽에 가까웠다. 아웃카운트 27개 중 삼진이 6개, 땅볼아웃이 7개, 플라이아웃이 9개, 직선타구가 5개였다. 탬파베이 에반 롱고리아는 일찌감치 퍼펙트를 예견한 듯 5회초 기습번트를 시도했다가 1만2,228명의 오클랜드 팬들에게 심한 야유를 받았다.
브래든은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4라운드, 전체 727번째 지명을 받아 오클랜드 유니폼을 입었다. 2007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브래든은 2008년까지는 크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지난해 8승9패 평균자책점 3.89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비쳤다. 그리고 올해는 9이닝 평균 볼넷이 1.7개밖에 안 되는 ‘컨트롤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브래든의 완벽피칭을 등에 업은 오클랜드는 12안타를 터뜨리며 4-0 완승을 거뒀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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