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장애인을 받아주지 않던 시절, 서강대는 나를 내치지 않았어요.”
김경자(70ㆍ철학과 60학번)씨가 지난달 18일 동문 재(再)상봉 행사에서 “(나처럼) 장애를 겪는 후배들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며 10억 원의 장학금을 서강대에 기탁했다.
지체장애자인 김씨는 “당시 아버지가 서강대를 찾아가 내 처지를 설명하고 와서는 “힘껏 해보라며 응원해 시험을 쳤다”며 “결국 입학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서강대학(서강대의 전신)의 개교 첫 입학생으로 이름을 올렸다.
1980년대까지 우리 대학은 장애인을 유학 결격자로 분류,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극히 인색했다. 정부가 장애인에게 평등한 대학 입학 기회를 법으로 보장한 것은 1994년 ‘특수교육진흥법(현 장애인 등에 대한특수교육법)’을 제정하면서부터였다. 김씨는 대한민국 1세대 장애인 대학생이었다.
서강대 동문회 관계자는 “고(故) 장영희 교수(영문과 71학번)보다 선배인 장애인 동문이 있는 줄 몰랐다”며 “당시 학교 운영을 맡던 서양 예수회 신부들이 개교 때부터 ‘장애인 동등 대우’ 방침을 고수한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약 2년간 학교를 다니다가 폐결핵을 앓게 되면서 학업을 중도 포기해야 했다. 이후 12년간 폐결핵 치료를 받은 김씨는 가업인 낙농업을 이어받아 일하다가 부친이 사망 뒤에는 최근까지 골프연습장을 운영했다. 김씨는 “당시 공부할 기회를 놓쳐 많이 아쉬웠다”며 “사업을 해서 번 돈을 장애로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위해 쓰고 싶다”고 말했다.
10일 서강동문장학회는 기탁금을 김씨의 세레명을 딴 ‘김로사(Kim-Rosa) 장학금’으로 명명하고 내년부터 매년 약 10명의 장애 학생을 위해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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