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比대통령 당선됐지만… 갈 길 바쁜 '아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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比대통령 당선됐지만… 갈 길 바쁜 '아키노'

입력
2010.05.0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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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관리들을 수 주내 기소하고, 의회와 사법부를 바로잡겠다."

10일 치러진 필리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50ㆍ자유당) 상원의원은 변화를 바라는 민의에 부응, 신속하고 강력하게 개혁을 추진할 것임을 약속했다.

어머니인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에 이어 모자(母子)대통령이 된 그는 각종 스캔들로 점철된 아로요 현 정권 인사들에 대한 비리조사를 시작으로 부패척결과 빈부격차 해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의 측근인 전 교육부장관인 플로렌시오 아바드는 11일 AP통신에 "깨끗한 정치를 앞세운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지난 9년간 부패에 관련된 사람들을 처리하는 것이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교육, 의료, 직업, 기초 서비스 등에서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해결이 간단치 않다.'가문의 힘이 국가보다 더 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패와 뿌리깊게 결탁된 가문중심의 정치 지배구조 때문이다. 현재 200여 개로 알려진 유력 가문들은 스페인 및 미국 식민지 시절부터 식민당국과 결탁해 세력을 구축, 현재 전체 토지의 70%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 큰 문제는 중앙이든 지방에서든 몇몇 가문이 돌아가면서 정치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시 유력가문 출신인 아키노 당선자로서는 부패척결에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부패혐의를 받고 퇴임하는 글로리아 아로요 현 대통령도 아버지가 9대 대통령을 지낸 명문가 출신의 부녀(父女)대통령이다. 아로요는 이번에 고향인 팜팡가주에서 하원의원에 출마,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3,000컬레의 구두로 유명한 독재자 고 마르코스의 부인인 이멜다 여사는 하원의원, 그의 장남 페르디난도는 상원의원, 그의 맏딸 이메는 일로코스 노르테 주지사에 각각 당선되는 등 잇딴 부패 추문에도 유력가문의 위세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민의 상당수가 빈곤선 아래에서 허덕이고 있어 빈곤해결도 시급한 현안이다. 아키노 당선자는 "정부예산의 40%가 부패로 새고 있는 만큼 부패가 척결되면 빈곤문제도 해결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토지개혁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자신의 어머니인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가문(코후앙카 가문)도 사탕수수 대농장 소유주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패와의 전쟁을 통해 어머니가 이끈 '피플 파워'의 민주혁명을 진정으로 완성하겠다는 그가 소수 엘리트가 독점한 정치ㆍ경제체제를 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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