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강 살리기 사업 단양쑥부쟁이 보존대책 실패
4대강살리기사업의 여파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남한강 일대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단양쑥부쟁이의 씨가 마르고 있다.
9일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정부가 남한강 일대에서 한강살리기 공사를 하면서 경기 여주군 강천면 굴암리 대체이식지로 옮겨 심은 단양쑥부쟁이 3만6,000여개체 가운데 2,656(7.38%)개체가 말라 죽었고 3만3,242(92.34%)개체도 발육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양호한 것은 102(0.28%)개체에 그쳤다.
원래 여주군 점동면 삼합리와 강천면 굴암리 바위늪구비습지에는 단양쑥부쟁이 10만여개체가 서식하고 있었다.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이 구간 사업을 발주받은 현대건설은 이 가운데 3만6,000여개체를 지난달 9, 10일 굴암리 대체이식지로 옮겨 심었다.
이 과정에서 단양쑥부쟁이가 죽거나 상태가 나빠진 것이다. 이는 전문 지식이 없고 사전 교육도 받지 않은 일용직 작업자들이 마구잡이로 단양쑥부쟁이를 뽑아 크게 상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남은 단양쑥부쟁이의 생명이 지속될지도 불투명하다. 단양쑥부쟁이는 주로 홍수가 자주 발생하는 자갈이나 모래터에서 자라는데 수자원공사와 현대건설은 잔디를 재배하던 개인농장 터에 자갈과 모래를 30㎝높이로 쌓아 올려 대체이식지를 만들었다. 대체이식지는 바닥에 고무호스를 깔아 물을 공급하고 있으나 호스 구멍 가까이에 있어 물살이 센 쪽의 단양쑥부쟁이는 물길에 쓸려가 버리기도 했다.
법적 절차에도 하자가 있다. 야생동식물보호법에 따르면 멸종위기종을 이식하려면 관할 환경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한강유역환경청의 허가 공문에는 단양쑥부쟁이 이식에 관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또 당시 뽑힌 개체 가운데 이식된 개체를 제거한 6만4,000여개체는 행방이 묘연하다. 이를 찾지 못할 경우 단양쑥부쟁이는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1902년 일본학자에 의해 충북 충주시 수안보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된 단양쑥부쟁이는 줄기 높이 15㎝가량의 연약한 식물종이다. 1978~85년 충주댐 수몰로 멸종한 것으로 추정됐었는데 이후 2005년 남한강 하류 여주군 강변에서 군락지가 발견되면서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됐다.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단양쑥부쟁이 멸종 우려에 대해 2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단양쑥부쟁이는 자생력이 강하고 복원 및 증식도 가능해 준설공사가 진행되더라도 멸종할 우려가 없다"며 "공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 정부 "4대강 살리기 공개토론회 하자" 환경단체에 제안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해 온 환경단체, 종교단체 등에 공개 토론회를 제안하고 나섰다.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거나 우려를 표명해 온 환경ㆍ종교단체, 언론매체, 인터넷 포털 등에 4대강 살리기 대국민 공개 토론회를 개최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고 9일 밝혔다.
추진본부 측은 "최근 일부 환경ㆍ종교단체와 전문가들이 4대강 사업에 대한 각종 문제점과 쟁점을 제기하고 반대 활동을 벌이면서 사회적 논란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의 진실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 해소와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대국민 공개토론회를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공개 토론회를 제안한 환경운동연합, 불교환경연대, 4대강사업저지 천주교연대, 생명의 강 지키기 기독교 행동 등 환경ㆍ종교단체와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 그리고 4대강 사업을 반대해 온 언론사 등이다. 토론회 일정과 장소, 참석자 등은 정부 제안을 수용하는 단체 및 언론사와 협의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관계자는 "공개토론회가 다양하게 열리면 국민들이 4대강 사업에 대한 균형 있는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고 했지만, 일각에선 '6ㆍ2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4대강 사업 홍보를 중단토록 한 선관위 조치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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