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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유럽發 위기/ 유로존 자체 수습 성패가 글로벌 위기 파급·진정 '가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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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유럽發 위기/ 유로존 자체 수습 성패가 글로벌 위기 파급·진정 '가늠자'

입력
2010.05.0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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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위기가 발생하면 정치 지도자들은 '투기 세력'을 탓한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도, 2001년 아르헨티나 외환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그리스 발(發) 재정위기로 곤란에 빠져 있는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7일 "이번 싸움은 정치가와 시장의 전쟁"이라며 "나와 나의 동료들은 단호히 이번 싸움에서 이길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시장의 위기'아닌 '신뢰의 위기'로 규정짓는다. 위기 때마다 환투기 세력이 설치며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아간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 글로벌 패닉 역시 따지고 들어가면, '유로존 국가들이 공동으로 위기를 수습할 능력이 없다'는 시장의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7일 독일 등 주요 유로존 국가들의 의회가 그리스 구제금융 법안을 최종 승인했음에도 유럽과 뉴욕 증시가 동반 폭락한 점은 이 같은 '신뢰의 위기'가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앞으로 유럽 각국과 유럽중앙은행(ECB)이 위기가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인접국으로 확산되는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좀더 진전되고 신뢰할 만한 방안을 내놓을지 여부가 사태수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U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로는 ▦EU 공동의 긴급 구제기금 설치나 ▦투기세력에 대한 규제강화 등을 들 수 있다. 긴급 구제기금은 EU 집행위원회 승인을 거쳐 ECB나 개별 회원국들이 구제기금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EU 내 비유로존 회원국인 헝가리에 적용된 적 있는데, 이번엔 규모를 좀 더 늘려 '유럽판 미니 IMF'를 상설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아울러 신용평가사와 헤지펀드 등에 대해 규제강화라는 '채찍'도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ECB가 지난주까지만 해도 "계획이 없다"고 밝혔던 국채 매입을 승인한다면 유럽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판단해 시장의 불안감이 어느 정도 제거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독일 의회가 그리스 구제안을 승인한 7일, 시장은 이 조치를 나름대로 의미 있게 받아들였고 그 결과 증시는 하락했지만 유로화 가치는 반등할 수 있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역시 소폭 하락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남유럽 재정위기 확산 공포에 대한 EU와 ECB의 지도력부재 및 현실감각 결여를 감안하면, 상처 입은 국가를 공격하는 국제투기세력에 의해 글로벌 주식시장이 상당기간 조정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펀더멘털 차이 및 물 밑에서 형성되고 있는 변화의 조짐을 주목하면 이번 위기가 절호의 투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유로존 스스로의 문제해결능력을 입증하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로존 국가들이 시장 기대를 저버리고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그리스와 남유럽에 국한됐던 위기가 글로벌 위기로 전염되며 아직 치유되지 않은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치명타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동유럽 국가들이 서유럽에서 조달하는 자금은 전체 차입의 90%"라며 "그리스 등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심화해 국가부도 사태가 발생하면 서유럽 국가들이 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대외채무가 많은 동유럽 국가들의 연쇄부도로 이어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만약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이번 위기가 인접국으로 전이되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통화위기로 진행된다면, 한국 경제도 상당한 충격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도 "유럽이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위기가 스페인, 영국 등으로 확산된다면 한국 역시 직접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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