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서울 양천구 신월동과 목동 등의 학교 주변과 주거지역에 '카페형 일반음식점'이 급증하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졌다. 일반 대중음식점으로 허가 받은 업소 50여 곳의 종업원들이 밤에 야한 옷을 입고 호객행위를 하는 바람에 교육환경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학부모 항의가 계속되자 구청은 합동 단속반을 구성해 업소에 위반사항이 적발되면 영업정지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카페 영업장 지역에 위법사항을 알리는 플래카드도 내거는 등 단속이 강화되자 위법행위는 현저히 줄었다.
유흥주점이 발을 못 붙이면서 양천구가 교육 청정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양천구 관내 유흥주점은 9곳으로 25개 자치구 중에서 가장 적다. 대부분 1990년대 이전에 개업한 곳으로, 2000년 이후에 허가 받은 유흥주점은 단 한 곳도 없다. 유흥주점이 가장 많은 강남구(353개)와는 40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노래방과 게임장 등 학교 주변 유해 업소 수도 다른 지역과 차이가 난다. 지난해 서울시내 초ㆍ중ㆍ고 1,261개교 주변 200m 이내에 지정된 학교정화구역 내 유해업소 수는 7,733곳으로, 학교당 평균 6.1곳에 달했다. 하지만 양천구는 3.1곳으로 가장 낮았다.
식품위생법상 유흥주점이란 주류판매 업소 중에 유흥종사자를 두거나 유흥시설을 설치할 수 있고, 손님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흔히 '룸살롱'으로 불리는 곳이다.
양천구에 유흥주점이 적은 이유는 유흥주점 입주가 가능한 상업지역 면적이 적은 영향이 크다. 상업지역은 0.61㎢로 전체 면적 17.42㎢ 중 3.5% 정도에 불과해 유흥주점 영업을 하고 싶어도 할 공간이 부족하다. 또 상업지역 내에 있더라도 건물 용도가 위락시설로 분류돼야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설 자리는 더 줄어든다.
이 지역이 대치동이나 중계동 못지 않은 사교육 열풍 지역이라는 점도 유흥주점 진입을 막는데 한몫하고 있다. 최근 양천구의 한 아파트 지하상가에 성인오락실이 입주하려다 못 들어온 적이 있었다. 법적으로는 오락실 영업이 가능했지만 교육환경 악화를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지자 구청에서 업주를 설득해 포기토록 한 것이다.
상업지역이 적다는 것은 세수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자치구 입장에서 무조건 반길 일만은 아니다. 구 관계자는 "교육열이 높은 탓인지 주민들이 교육환경을 해치는 작은 변화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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