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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 "그리스는 2010년판 리먼 브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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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 "그리스는 2010년판 리먼 브러더스"

입력
2010.05.09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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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국가부도는 이미 피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초강대국의 흥망에 대한 도발적 문제제기로 유명한 스타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가 미국 주간 뉴스위크 최신호 기고를 통해 "그리스 위기로 드러난 유로화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 때문에 유로화가 존폐 위기에 몰렸다"고 진단하며 이 같이 전망했다.

퍼거슨 교수는 1,100억유로의 초대형 긴급자금 투입과 그리스 정부의 혹독한 재정긴축 정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비극은 향후 몇 단계의 더 큰 파국을 예고하고 있다고 본다. 그 첫 단계는 그리스 정부의 '채무 불이행 선언(디폴트)'이다.

그리스 정부가 약속한 부채축소 정책의 성공 자체가 회의적이지만, 설사 성공하더라도 그리스 공공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50%까지 치솟아 결국 GDP의 7.5%를 외채이자 지불에 써야 하는 실정이다. 결국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현 정부는 실각할 것이고, 다음 정부는 채권국에 원금탕감을 요청할 수 밖에 없다.

그 다음 단계는 위기의 전염이다. 이미 전세계 투자자들은 다음 위기국가를 찾고 있다. 퍼거슨 교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중에서는 공공부채가 과중한 이탈리아와 벨기에, 그리고 외채 의존도가 높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국제 투기세력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여기에다 그리스 위기로 촉발된 전세계적 신용경색은 불가리아, 루마니아 같은 비유로존 취약국가들의 국채발행도 어렵게 한다. 퍼거슨 교수는 "그리스가 2008년 전세계 금융위기를 불렀던 리먼 브라더스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역내 은행들의 그리스 채권은 1,930억달러에 달한다. 만일 위기가 포르투갈 스페인까지 확산된다면 유럽 금융시스템은 파국을 맞을 수 밖에 없으며, 이를 벗어날 길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들 정부의 불량채권을 소화하는 것뿐이다. 결국 유로화의 앞날엔 가치하락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의 근본적 차이점이 드러난다. 만일 미국 미시건주가 위기에 빠지면 텍사스주는 소득세수와 법인세수를 미시건주에 보내는 방식으로 자동적으로 구제금융에 뛰어들게 돼 있다. 하지만 독일은 그리스 위기에 개입하는 걸 망설이다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퍼거슨 교수는 향후 유로존 국가들은 미국처럼 꽉 짜여진 합중국이 될 것인가, 아니면 과거 신성로마제국처럼 허울만 남은 간판 밑에 머물다 조만간 흩어질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고 진단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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