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욕 맨해튼 차량 폭탄테러 기도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실패했지만, 테러의 성격이나 수법이 미 본토에서 이전에 일어난 것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미 당국은 용의자 파이살 샤자드(30)의 파키스탄 내 탈레반과의 연관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키스탄계 미국인인 샤자드는 2월 미국에 돌아오기 전 5개월 동안 파키스탄 탈레반 근거지인 와지리스탄에서 테러훈련을 받았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그의 범행이 파키스탄 탈레반의 직접 사주에 의한 것이라면, 미 본토를 타깃으로 한 파키스탄 탈레반의 첫번째 테러라는 점에서 미국의 위기감은 증폭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파키스탄 탈레반의 목표는 국내 파키스탄 정부군이나 외국 연합군이었다.
샤자드의 조잡하리만치 단순한 테러수법도 위협적이다. 누구나 쉽게 감행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사전징후 포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배후 규명도 쉽지 않다. 9ㆍ11 테러 같은 치밀히 계획된 대규모 공격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수법이라면 미국 내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의 준동 여지는 훨씬 커질 것으로 미 당국은 우려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테러 전문가 후안 자라테 선임연구원은 "대규모 공격은 비용이 많이 들고 성공 확률은 적다는 계산법에서 나온 것"이라며 "파괴(destruction)보다는 혼란(disruption) 야기 쪽으로 전략이 선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타임스퀘어 공격은 테러 위협의 새 국면을 연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파키스탄 정부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7일 CBS 방송 회견에서 "테러공격의 배후지가 파키스탄이라면 '심각한 결과'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가니스탄 주둔 사령관은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과 비밀 면담을 갖고 파키스탄 탈레반 등 무장세력 소탕에 더 신속할 것을 촉구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미측은 파키스탄 내 무인공격기 의존 방식에서 지상군 파견, 특수병력 증파 등으로의 전략 변화를 검토 중이다.
탈레반은 8일 이메일 성명에서 "10일부터 아프간 전역의 외국인과 대리인에 대한 새로운 공격을 개시하겠다"며 대공세를 예고했다. 성명은 "침략자들의 무조건적, 즉각적 철수를 요구한다"며 "미국인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 등이 공격목표"라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이 테러의 진원지로 부상하면서 미국내 파키스탄인들은 과거의 악몽이 재연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2001년 9ㆍ11 테러나 1993년 세계무역센터 테러에 파키스탄인이 주동자나 범인으로 밝혀진 뒤 파키스탄계 미국인은 엄청난 신변 위협을 받았다.
'파키스탄계 미국인 상공인 협회'의 아스가르 초드리 회장은 "9ㆍ11 이후 파키스탄인은 구직을 못하고 있고 지금은 상황이 더 나쁘다"고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인이 구직을 위해 인도인 행세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인도와 3차례 전쟁을 치른 파키스탄인은 인도인으로 오해되는 것을 가장 큰 모욕으로 여긴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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