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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세계문학과 만나다] <1> 주노 디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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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세계문학과 만나다] <1> 주노 디아스

입력
2010.05.0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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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노 디아스(42)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태어나 6세 때인 1974년 가족과 미국 뉴저지로 이민했다. 1996년 출간한 단편소설집 으로 미국 문단의 주목을 받은 그는, 2007년 발표한 첫 장편 으로 평단과 독자들의 호평 속에 이듬해 퓰리처상을 거머쥐었다. 이 소설이 한국 등 28개 국에서 번역 출간되면서 그는 세계적 작가로 부상했다.

는 소심하기 그지없는 도미니카계 미국인 오스카 와오의 비극적 사랑과 잔혹한 독재를 겪었던 도미니카의 현대사를 씨줄과 날줄로 삼아, 조국의 폭정과 미국 사회의 차별이라는 저주스러운 운명에 온몸으로 맞서는 오스카의 짧은 생애를 활달한 필치로 서술한 작품이다. 이 달에 국내 출간된 역시 어릴 때 도미니카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유니오르를 주인공으로, 작가의 거친 성장기를 담은 자전적 단편 10편을 싣고 있다.

주노 디아스는 '세계작가축제' 참석차 9일 밤 방한했다. 사전에 그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_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할 당시 세계적 여성 작가인 토니 모리슨, 산드라 시스네로스를 만나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들었다.

"모리슨은 역사와 가족, 폭력의 악영향을 다루는 데 있어 어떤 미국 작가와도 비교할 수 없이 탁월하다. 시스네로스는 내가 만난 작가 중 가장 정직한 작가이며, 내 최대 관심사인 사랑에 관한 훌륭한 글을 썼다. 하지만 두 사람 외에도 내게 영향을 준 작가는 많다. 글쓰기는 힘든 여행 같은 것이라 어디서든 도움을 받아야 한다."

_ 어릴 적에 엄청난 독서광이었다고 하는데. 또 엔 '서인도제도 출신이라는 것만큼 더한 SF는 없다'라는 구절이 나오더라. 그런 것들이 당신의 문학적 자양분인가.

"아버지는 마치 군인처럼 가족들을 심하게 대했다. 독서는 그런 아버지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편이었다. (도미니카공화국이 위치한) 카리브해는 구세계와 신세계가 처음 충돌한 현장이자, 서로 다른 인종들이 모여 인간을 노예처럼 사육하는 곳이다. SF 영화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다."

_ 오스카 와오는 비대한 몸집에다 여자를 유혹하는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인간이다. 작품에서는 그런 그가 목숨을 부지하기 힘든 위험한 사랑에 무모하게 헌신하며 주변에 감화를 주는데.

"나는 늘 루저(loser)에 대해 쓰고 싶었다. 인기도 없고 매사에 서투르지만 내적으로 강인함과 매력을 지닌, 오스카 같은 인물 말이다. 독자들이 오스카의 특별한 인간적 면모에 공감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_ 오스카에게 내려진 저주는 악랄한 독재, 인종ㆍ계급 차별 같은 정치사회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상황을 직시하는 대신 SF 창작에 몰두하고 불가능한 사랑에 뛰어드는 방식으로 저주를 풀고자 한다. 차라리 상처 입을 것을 각오하고 악조건에 맞서는 오스카의 누나 롤라의 삶이 더 건강한 것 아닐까.

"맞다. 나도 오스카의 방식이 대단히 현실도피적이라고 생각한다. 오스카는 주인공답지 않은 주인공이다. 하지만 오스카는 종국에 자신이 도미니카공화국의 불합리와 싸우고 있음을 깨달았고, 그런 그의 의지가 가족들이 애써 외면해왔던 자신들의 역사와 상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게끔 문을 열어줬다. 이 소설에서 유일한 저주는 바로 그 '침묵' 아니었을까."

_ MIT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친다고 들었다. 학생들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나.

"세 가지다. 첫째는 끊임없이 읽어라. 둘째는 스스로를 동정하라는 것이다. 자신을 몰아세우는 것만으로는 계속 글을 쓸 수 없으니까. 셋째는 글이 팔릴까, 유명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 작품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신경을 쓰라는 것이다."

■ 방한 작가들 만나려면… 문학의집서울·코엑스서 낭독회 등 행사

방한한 해외 작가들을 만나려면 10, 11일에는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집ㆍ서울, 12~16일에는 강남 코엑스를 찾아가면 된다.

'세계작가축제'는 10, 11일 이틀 동안 문학의집ㆍ서울에서 국내외 작가 24명이 2~6명씩 그룹으로나눠 여는 작품낭독회 및 독자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한다. 오후 2시에는 아동문학 작가, 오후 3시, 7시에는 소설가와 시인들이 각각 독자와 만난다. 인터넷을 통한 참가 신청은 마감됐지만 행사 당일 현장 입장도 가능하다. 세계작가축제 참가 외국 작가들은 14일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코엑스에서도 낭독회와 사인회를 갖는다.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에서는 주빈국인 프랑스 작가들이 12일부터 닷새 동안 독자들을 만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2, 14일 두 차례 사인회를 연다. 판타지 소설 '타라 덩컨' 시리즈의 작가 소피 오두인 마이코니안은 15일, 유명 그림책 작가 에르베 튈레는 16일에 각각 사인회를 갖는다. 마르크 레비는 13일 오후 독자와의 대화 행사를, 마르탱 파주는 12일 소설가 김숨씨와 공개 대담을 갖는다.

자세한 사항은 세계작가축제 홈페이지(www.sywf.org)와 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www.sibf.or.kr)를 참조하면 된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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