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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작가 임충섭 4년 만에 설치·회화 40여점 선봬/ 달의 동양적 감수성을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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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작가 임충섭 4년 만에 설치·회화 40여점 선봬/ 달의 동양적 감수성을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

입력
2010.05.0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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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문화'와 '여백'이라는 동양적 감수성을 재해석해보고 싶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 임충섭(69)씨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4년 만에 국내에서 여는 개인전으로, 설치와 회화 등 40여 점을 통해 지난 10년의 작업을 결산해 보여주는 자리다.

전시의 중심에는 어두운 방 안에 설치된 신작 '월인천강'이 있다. 다듬이질 소리와 늑대 울음소리 등이 들리는 가운데 인공 연못에서는 물고기 네 마리가 헤엄을 치고 있고, 전시장 벽과 연못에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달의 모습이 동시에 비친다. 그 주위에는 인간의 소망을 상징하는, 나무와 실로 제작된 설치물들이 놓였다.

명상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작품에 대해 임씨는 "'물에 비친 달도 달'이라는 말로 실재와 허상이 하나임을 주장한 퇴계 이황의 철학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하늘의 달과 물 위에 비친 달을 통해 자연과 문명이 연결돼있음을 말하고자 한 것이죠. 달이 갖는 동양의 시적 개념을 현대적 언어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깨달을 각(覺) 8폭 병풍'은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을 전통 병풍 형태로 추상화한 작품이고, 명주실을 활용한 '오름ㆍ내림'은 한국의 전통 베짜기를 연상시킨다. '느린 걸음'은 사람과 소, 말의 느릿한 걸음걸이를 수십번 드로잉해 만든 이미지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게 벌써 37년 전이다. 하지만 임씨의 작업은 한결같이 동양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뉴욕에서도 '동양적 정신성을 서구 조형의 틀에 매력적으로 녹여낸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금껏 해온 모든 작업들은 '줄임'과 '여백'이라는 단어로 압축된다"면서 "지금 생각하니 결국 달의 여러가지 모습들을 추상적으로 그려온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30일까지. (02)720-1524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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