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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국화잎 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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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국화잎 베개

입력
2010.05.0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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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잎 베개를 베고 누웠더니

몸에서 얼핏 얼핏 산국 향내가 난다

지리산 자락 어느 유허지 바람과 햇빛의 기운으로 핀

노란 산국을 누가 뜯어주었다

그늘에 며칠 곱게 펴서 그걸 말리는 동안

아주 고운 잠을 자고 싶었다

하얀 속을 싸서 만든 베개에

한 생각이 일어날 때마다

아픈 머릴 누이고 국화잎 잠을 잔다

한 생각을 죽이면 다른 한 생각이 또 일어나

산국 마른 향을

그 생각 위에 또 얹는다

몸에서 자꾸 산국 향내가 난다

나는 한 생각을 끌어안는다

● 강물을 지켜보는 일은 참 좋아요. 언젠가 가을이 시작될 무렵, 독일의 작은 소도시에 머문 적이 있었어요. 친한 사람이 아무도 없어 꽤 쓸쓸했지요. 오후가 되면 자전거를 타고 근처의 강변으로 갔습니다. 거기 자전거를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었지요. 하지만 이내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저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더라구요. 아니, 강물이라기보다는 그 강물에 떠내려 오는 나뭇잎들을.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나뭇잎들이 있을까 상상해봤습니다. 상상이 가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많은 나뭇잎들도 다 그렇게 떠내려가서 다시 오지 않더라구요. 예쁜 잎이든, 못 생긴 잎이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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