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을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자유의 여신상을 빼놓지 않고 가본다. 뉴욕의 상징물로 각인되어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 가면 오페라하우스,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콜로세움, 프랑스 파리에서는 에펠탑,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성 바실리 성당을 찾는다.
이런 상징물을 랜드마크(landmark)라고 한다. 원래는 여행자가 여러 곳을 다니다가 출발점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표시해둔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우리로 치면 경계표다. 생소하지만 마루지라는 순우리말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어떤 장소나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 건축물이나 조형물을 일컫는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버즈 칼리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처럼 우리 기업이 외국에 건설한 랜드마크도 있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은 무엇을 랜드마크라고 생각할까? 남산타워, 경복궁 또는 불타 버린 남대문? 금세 답을 기대하기 어렵고, 또 여러 가지가 나올 것 같다.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예상을 반영한 결과가 나왔다. 우리 스스로 랜드마크로 내세울 것이 뚜렷하지 않으니, 외국인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가보고 싶고, 알고 싶은 국토해양 랜드마크 호감도 조사를 실시하였다. 국토해양부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가보고 싶은 곳을 선택하고 사연을 올려 다른 친구들의 추천을 많이 받으면 국토해양 랜드마크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행사였다.
국토해양부는 부산 신항만, 팔미도 등대, 인천국제공항, 인천대교, 울돌목 조류발전소,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2012 여수세계박람회, 등대박물관, 쇄빙 연구선 아라온 호 등 국토해양 관련 상징물을 중심으로 18곳을 후보로 정했다. 우리나라 최대, 최초, 최장 등의 특징을 가진 상징물들이다. 이 가운데 어린이들이 뽑은 국토해양 랜드마크 1위는 아라온 호가 차지하였다. 어린이들의 안목이 놀랍다.
아라온호는 이름 그대로 전 세계의 바다를, 심지어 얼음으로 뒤덮인 극지 바다까지도 누비고 다닐 수 있는 쇄빙 연구선이다. 그밖에 인천국제공항,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인천대교 등도 순위에 들었다.
나라를 상징하는 랜드마크 선정 작업은 중요하다. 요즘처럼 국가 홍보가 중요한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랜드마크가 무엇이 될지 고민해보고, 랜드마크로 정하면 국제적 홍보에 힘을 쓸 일이다. 그래서 세계 인들과 우리의 랜드마크를 공유해야 한다. 아직까지 뚜렷한 게 없다면 랜드마크를 염두에 두고 새로 만들어도 된다.
높이 640m에 달하는 서울 상암 DMC, 123층 높이의 제2롯데월드, 110층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100층의 용산 드림타워 등이 계획되어 있다. 외국의 랜드마크를 대신 만들어 주는 우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조만간 우리 땅에도 마천루가 경쟁적으로 하늘을 찌를 것이다. 그러나 랜드마크가 꼭 고층 건물일 필요는 없다.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랜드마크이면 더 좋겠다.
부산에 짓고 있는 국립 해양박물관도 후보군에 들 수 있을 것이다.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처럼. 또 에펠탑이 파리 세계박람회, 엑스포를 기념해 만들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2012년 여수 엑스포를 위해 짓는 건축물 가운데 랜드마크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전 세계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랜드마크를 우리도 가졌으면 한다.
김웅서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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