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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1003호의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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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1003호의 농부

입력
2010.05.0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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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도서관 맨 위층인 10층, 1003호가 제 연구실입니다. 앞면과 옆면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그 방은 동쪽과 남쪽으로 창이 나서 '가고파'의 바다, 마산 바다가 환히 보입니다. 그 방을 안내하던 선배는 '우리 대학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방'이라고 소개했습니다.

5월부터 모교에서 강의를 시작하면서 제가 받은 최고의 선물입니다. 그 방에서 제가 다녔던 사범대학도 보입니다. 4호관이라 부르는 건물입니다. 그 강의실에서 바다가 보였습니다. 저는 강의를 열심히 듣는 학생이 아니라 바다를 즐겨 바라보던 '문학청년'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26년 만에 다시, 제가 늘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대학'이라 추억하는 '월영동 449번지'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맡은 강의는 시 창작입니다. 제 학생들에게 시 쓰기를 가르칩니다. 후배들에게는 제가 시를 독습하던 시절에 비해 참 좋은 세월입니다. 그들 모두가 30여 년 전 저이기도 합니다.

저는 좋은 농부가 되고 싶습니다. 후배들에게 시의 씨앗인 '시(詩)앗을 뿌리는 농부'이고 싶습니다. 무릇 좋은 농부는 열매를 먼저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씨부터 뿌리지도 않습니다. 땅을 고르고 땅을 살리는 일이 먼저입니다. 객토를 해야 되고 풀을 뽑아야 하고 물대기도 해야 합니다. 새 농사를 앞두고 많이 바쁠 것 같지만, 그만큼 더 행복합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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