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선호 글ㆍ사진/인물과사상사 발행ㆍ396쪽ㆍ1만8,000원
힙합과 그래피티 문화의 요람인 뉴욕 브롱크스는 제국의 두 얼굴을 빼닮은 곳이다. 세계 최대 갑부 구단 '뉴욕 양키스'가 웅장한 새 스타디움을 만들어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지만, 정작 이곳 주민들은 화려한 양키 스타디움(덕아웃 바로 뒤 좌석 가격이 무려 2,500달러!)에 앉기 힘들다. 빈곤인구 비율이 30%에 육박,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카운티 1, 2위를 다투는 지역인 까닭이다. 뉴욕시는 그러니까 어떤 이에겐 '멋진 신세계'일지 모르나, 다른 이에겐 냉혹한 '고담 시'다.
는 바로 세계 신자유주의의 심장부 뉴욕의 야누스적 면모에 대한 고발장이다. 저자 탁선호(40)씨는 뉴욕시립대 브루클린컬리지 TV라디오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번역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책에 '시크(chic)한 신자유주의 도시 뉴욕에 관한 편파적 보고서'라는 시니컬해 보이는 부제를 붙이고, 동경과 모방의 대상인 '뉴요커 문화'의 냉혹한 이면을 들춰낸다. 영화 '매트릭스'의 모피어스 식으로 말하자면 "웰컴 투 더 리얼 뉴욕(Welcome to the real New York)"이다.
예컨대 우아하고 유유자적한 뉴요커의 삶의 상징처럼 돼있는 '브런치 문화'에 대해 책은 그 뒷면에 도사린 레스토랑 근로자들의 저임금 노동 실태를 보여준다. 뉴욕 레스토랑 노동자의 3분의 2가 이민자들인데, 그 절반 이상은 빈곤선 이하 임금에 초과근무에 시달리며 13%가량은 아예 최저임금(2009년 뉴욕주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도 받지 못한다. 이들 워킹 푸어는 '시크한 뉴요커'와 뗄 수 없는 관계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낳은 쌍생아라는 것이다. 또 뉴욕 문화를 대변하는 소호 거리, 힙합, 그래피티, 타임스광장, 센트럴파크 등에 얽힌 어두운 역사와 자본의 상업화 전략 등을 두루 진단한다.
저자는 결국 미국 드라마 '프렌즈'나 '섹스 앤 더 시티' 등에서 그려진 뉴욕 판타지에 빠져 "아이 러브 뉴욕"을 외치는 한국인들에게 "꿈 깨시오"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누가 그런 뉴욕의 이면을 모른대?"라고 항변한다면, 이 책은 어쩌면 속수무책이다. 알고도 속는 게 판타지니까.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