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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쌀 나눔 운동본부, 노숙인 네쌍 합동결혼식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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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쌀 나눔 운동본부, 노숙인 네쌍 합동결혼식 마련

입력
2010.05.0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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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61)씨는 서른 한 살 터울의 신부 최진순씨의 손을 잠시도 놓지 못했다. 잠시만 방심하면 행복이 연기처럼 사라질까 두려운 듯, 단상을 향해 걸어가면서도 연신 신부의 얼굴을 쳐다보곤 했다. 3년 전 '식구(서울광장 노숙 동료)' 소개로 만난 이래 지금껏 "이 사람보다 더 사랑스러운 사람은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진순씨에게도 박씨는 "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이다. 그를 만나면서부터 남대문 경찰서 옆에 '쪽방'이나마 거처를 마련해 노숙 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벌써 두 돌 된 사내아이도 태어났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이 낯선 듯, 그렇게 결혼식 주인공으로 서 있는 현실이 안 믿기는 듯, 그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7일 낮 12시 서울역광장에서는 노숙인 네 쌍의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봉사단체인 '사랑의 쌀 나눔 운동본부'가 노숙인 커플 가운데 신청을 받아, 그 가운데 오래 헤어지지 않고 잘 살 것 같은 커플을 가려 주선한 예식이었다. 식장에는 500여 명의 하객이 모여 환호와 박수로 이들 부부의 출발을 축복하고 격려했는데, 그들 중에는 그간 광장을 집 삼아 함께 먹고 자고 때로는 다투기도 했을 동료 노숙인들도 적지 않았다.

서영숙(41)씨도 이날 광장에 선 5월의 신부 중 한 사람이었다. 지금 일곱 살인 딸이 갓 태어나자마자 노숙을 시작한 그는 한때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도 했으나 남편 김명선(52)씨를 만나 술을 끊고 노숙 생활도 청산했다. 서씨는 지금 사는 보증금 20만원에 월세 5만원 짜리 셋방이 천국 같다고 했다. 그는 "저 사람이 내 생의 구원자"라며 남편을 바라봤다.

40여분 남짓 만에 식을 마친 네 쌍의 신혼부부들은 충남 아산시 도고온천으로 1박2일 신혼여행을 떠났다.

나눔운동본부 등 복지단체는 온라인 모금을 통해 성금을 마련, 이들 커플에게 정착자금 각 10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또 그 돈을 보증금으로 내고 월세 8만원을 감당하면 대한주택공사가 매입한 다세대ㆍ다가구주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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