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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동고비와 함께한 80일' 저자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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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동고비와 함께한 80일' 저자 김성호

입력
2010.05.0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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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 저자 김성호(47ㆍ사진)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가 두 번째 새 이야기 (지성사 발행)을 냈다. 야생 조류 한 쌍이 8마리의 새끼를 낳아 길러내는 한 철의 기록이다. 주인공은 깊은 산이나 도시의 공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텃새인 동고비.

"지금요? 화천이에요. 3월에 강의를 몰아서 끝내 놓고 여기 와 있어요. 제가 사는 지리산 부근에는 이놈들이 서식하지 않거든요."

김 교수는 강원도 화천의 숲 속에서 조용조용 전화를 받았다. 37일째 천연기념물인 까막딱따구리의 번식 과정을 관찰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동고비에 관해 쓴 책이 이제 막 출간됐는데, 새들이 잠에서 깨는 새벽 5시 전에 일어나 밤 9시 무렵까지 그들을 지켜보는 생활을 다시 시작한 뒤였다.

"우리 나라에는 여섯 종류의 딱따구리가 있는데 지금까지 네 종류를 봤어요. 가능하면 이들의 생태를 모두 기록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김 교수는 본래 식물생리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박사학위를 받고 1991년 부임한 대학에는 전공에 필요한 기자재가 부족했다. 대신 지리산과 섬진강이라는 천연 실험실이 펼쳐져 있었다. 자연 속에 꽃과 곤충,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관심 대상은 자연스레 세포에서 생태로 확대됐다.

"처음 관찰 대상이었던 오색딱따구리들이 떠난 뒤 둥지가 말벌집이 되는 걸 봤어요. 딱따구리 둥지가 다른 생명체의 쉼터가 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래서 빈 둥지들만 바라보며 기다렸는데 동고비가 한 둥지를 '리모델링'하기 시작하는 걸 목격하게 됐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딱따구리가 버리고 떠난 자리에 동고비가 깃들고, 새 터전을 만들고, 알을 까고 새끼를 키우는 과정을 밀착해 보여준다. 하루 240차례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 나르느라 깃털이 빠지고 남루해진 어미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 모습에 모정이라는 케케묵은 메타포를 입히지 않는다.

"그냥 숲에서 일어나는 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책에 담긴 건 주로 번식의 과정이지만 거기서 독자들이 느끼는 여운은 다양할 거라고 봐요. 세상엔 관심을 갖고 직접 들여다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게 너무 많습니다. 관심의 대상이 있을 때 삶이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 이 책을 통해 독자들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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