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욕의 타임스퀘어 폭탄테러 미수 사건이 파키스탄 탈레반과 연결돼 있다는 정황이 나타나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안에서 파키스탄 내 미군 증원을 둘러싼 논쟁이 고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에는 현재 200명 이상의 미군 특수부대 병력이 파키스탄군과 협력해 작전을 펼치고 있다. 주 임무는 파키스탄군을 훈련시키고 이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미 정부 관계자는 NYT에 "(파키스탄에) 더 많은 군인이 필요할 것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 병력은 전투병이 아닌 훈련요원이나 고문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파키스탄 정부에 특수부대 증파를 공식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미국정부 내 기류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는 파키스탄 탈레반(TTP)이 알카에다 등 다른 테러조직들과 연계해 점차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우려와도 연결된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파키스탄 정부의 공세로 기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다른 조직과의 연계를 통해 조직을 변모시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테러조직 간 연계는 이들의 공격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공격 목표까지 공유하도록 만든다. 미국이 과거와 달리 알카에다를 넘어 파키스탄 탈레반 등 많은 다른 조직들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그러나 미군 증원은 파키스탄 내에서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올 들어 개선된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가 자칫 흐트러질 수 있다. 이번 테러가 미수에 그친 탓에 이를 기화로 미군 증원을 밀어붙이기도 부담스럽고, 외견상 파키스탄이 용의자 파이잘 샤자드(30)의 조사에 있어 매우 협조적인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한편 파키스탄 탈레반은 이번 사건의 배후를 자처했던 입장을 바꿔 테러 연관성을 부인했다. 아잠 타리크 대변인은 6일 AP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파이잘 샤자드와 아무 관련이 없다"며 "하지만 그는 우리의 무슬림 형제이고, 우리는 용감한 일을 한 그가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수사에 혼선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전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샤자드는 앞서 조사 과정에서 지난해 12월과 올 1월 파키스탄 북와지리스탄에서 파키스탄 탈레반 요원들과 만났고, 이들에게서 훈련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FBI는 이날 "아직까지는 샤자드가 해외 테러조직과 연계됐는지 혹은 독자적으로 행동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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