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지난달 16일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사기 혐의로 제소한 지 얼마 안돼, 골드만삭스의 성장 과정과 성공 비결을 다룬 번역서 두 권이 국내 출간됐다. 투자 컨설팅 전문가 찰스 엘리스가 쓴 , 이 회사의 외환거래 수석부장 출신인 리사 엔드리치가 쓴 이 그것이다. 원서는 앞의 책이 2009년, 뒤의 책은 2000년에 나왔다.
골드만삭스가 굴리는 자산은 8,710억 달러로 우리나라의 2009년 국내총생산(8,329억 달러)보다 많다. 이 막강한 기업이 2007년 파생상품을 만들어 팔면서 투자자들에게 손실 위험을 숨김으로써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 블랭크 페인은 "우리는 속이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시장의 신뢰는 이미 떨어졌다.
엔드리치가 소개한 골드만삭스의 경영원칙에는 '언제나 고객의 이해가 우선이다' '우리의 밑천은 사람과 자본과 평판이다' '이익은 이익 창출에 기여한 모든 사람과 공유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가 지금 받고 있는 사기 혐의는 이런 것들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 책은 골드만삭스의 성장 비결을 면밀히 밝히는 데 주력할 뿐, 투자은행의 투기적 거래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지는 않는다. 10년 전 나온 책이라 최근 상황이 빠져 있음도 감안해야 한다. 그래도 책이 말하는 내용과 현실의 괴리에 독자는 혼란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낄 수 있다. 비판적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 절감하게 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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