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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아시아지역의 물가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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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아시아지역의 물가상승

입력
2010.05.0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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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원자재·식품 가격 영향력은 줄어들 듯

돈은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없애준 인류문명 최대의 발명품이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돈 때문에 생기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으니,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은 소리 없이 내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도둑이다.

늘 차와 사람이 뒤엉켜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인도의 수도 뉴델리도 최근 물가 앙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21일 시내 곳곳은 노란 반정부 피켓을 들고 '물가폭등을 조장한 정부는 물러가라'고 외치는 시위자로 가득했다. 한 농부는 격앙된 표정으로 "정부는 우리를 궁지에 빠뜨렸다. 가족을 어떻게 먹여 살릴지 막막하다"고 소리쳤다. 매년 10%씩 오르는 물가로 인도 국민들의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다.

현재 아시아 각국의 물가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는 걸까. 인도와 베트남은 1~3월 중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7%, 8%씩 상승했다. 이는 과거 우리나라가 석유 파동 때 겪었던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당히 심각하다. 이들 나라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물가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2007~2009년 3년 동안 무려 30% 이상 물가가 폭등한 셈이다.

그러나 다른 아시아국가에서도 이러한 물가폭등이 나타나고 있는 건 아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올해 1~3월 중 3~4%, 호주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대만 싱가포르는 1~2%대의 상승에 그쳤다. 결국 인도와 베트남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과도한 물가상승을 겪는 아시아 국가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선진국보다 빠른 속도로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아시아 지역에서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첫째, 아시아 신흥시장국의 빠른 경기회복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미국 유로지역 등 선진국 성장률은 2%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아시아 신흥국 성장률은 6%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물건을 더 많이 사고 기업도 투자를 더 많이 한다는 의미이다. 수요가 많아지므로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아시아의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간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둘째, 국제 원자재가격과 식품가격 상승이다.

이는 인도와 베트남의 물가폭등을 가져온 가장 직접적 원인이기도 하다. 지난해 4분기중 국제원자재와 곡물가격은 금융위기로 인한 급락세에서 벗어나 단기간에 크게 상승했다. 이런 가격상승은 전세계에 비슷한 충격을 주었지만 아시아 국가는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 이유는 소비자물가지수의 구성 차이에 있다.

많이 소비되는 품목일수록 물가지표에 반영되는 가중치가 높아진다. 그런데 아시아 신흥국은 식품과 에너지 관련 소비가 많아 이들 항목의 가중치가 선진국보다 3~4배 가량 높다. 설상가상으로 인도는 2009년 여름 가뭄까지 찾아와 곡물생산량이 8%가량 줄었고 베트남은 과도한 쌀 수출로 국내 쌀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셋째, 돈이 많이 풀려 앞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통화증가율이 높을수록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가 높아진다는 사실은 실증 연구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아시아국가들도 선진국과 같이 돈을 많이 풀었다. 아시아 국가 중 통화증가율이 10% 이상인 국가가 많은데, 이는 선진국(1~4% 수준)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다. 그만큼 물가상승 기대심리도 선진국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어떻게 정책을 운용하고 있을까. 이미 물가급등을 경험하고 있는 인도와 베트남은 금리인상을 실시하여 풀린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물가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중국 싱가포르 호주 말레이시아도 긴축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부동산가격 급등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부동산가격이 작년 하반기에만 10~30% 올랐다. 이중 싱가포르와 중국은 20% 수준을 넘나들고 있다. 부동산가격 상승은 사람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과도한 가격상승으로 거품이 생성되면 경제에 불안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의 중앙은행은 긴축기조로 전환했다.

앞으로 국제원자재 및 식품가격의 영향력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년 들어 국제곡물가격은 브라질 등 남반구에서의 곡물수확이 호조를 보이고, 미국 러시아 등 북반구에서의 파종실적도 매우 좋아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도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두 배 가량 올랐지만 이미 배럴당 80달러를 상회할 정도로 높아져 지난해와 같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빠른 경기회복으로 인한 수요증가, 높은 통화증가율 등으로 앞으로 아시아 국가의 물가상승률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응해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직까지 긴축정책을 실시하지 않은 나라들도 일찍 물가잡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진영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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