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유럽엔 큰 악재가 없었다. 그리스 재정긴축법 통과는 시장에 긍정적 재료였고, 다른 '잠재적' 위기국가들에서도 별다른 재앙조짐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 건너 뉴욕증시는 기록적 폭락을 연출했고, 이어 7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도 가파르게 추락했다. 그리스 사태는 이제 유럽을 넘어, 글로벌 레벨의 소용돌이가 된 것이다. 아직은 "제2의 리만사태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대세지만, "글로벌 더블딥의 징후가 엿보인다"는 목소리도 가볍게 넘길 수 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일시적 패닉이다
사상 최대인 1,000포인트의 장중 폭락을 경험하고도 뉴욕증시는 3%대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장 막판 700포인트 가까운 회복세에서 보듯, 아직 투자자들은 그리스 사태를 진짜 위기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올해 이후 가파른 상승에 따른 조정의 계기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국내 코스피지수 역시 12주 연속 상승에 따른 피로감으로 일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메리츠종금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가 트레이더 실수로 증폭된 뉴욕 폭락과 연동할 이유가 크지 않은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해석의 배경에는 해외자산의 70% 이상이 유럽계 은행에 집중돼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자산구조 특성이 있다. 미국 내 투자가 많았던 유럽 은행들을 통해 전세계로 확산된 서브프라임 사태 때와는 충격의 전파 범위가 다르다는 것. 기껏해야 유럽 내 충격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복합 공황 온다
하지만 불안감도 만만치 않다. 특히 신용경색 조짐이 그렇다. 유로존 내 경제규모 4위인 스페인이 실제 위기에 처할 경우, 당장 유럽 유수 금융사들이 부실화되고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는 심리'가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정위기는 다시 금융위기로 번져, 결국 세계적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6일(현지시간) 3개월짜리 달러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는 13일 연속 상승하며 0.377%를 기록, 지난해 8월 이래 최고치에 달했다. 미국 주식시장의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도 이날 32.8을 기록하며 거의 1년 만에 30을 넘었다. 모두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와 비슷한 신용경색 현상이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최고경영자는 "이번 위기가 금융위기와 비슷하게 변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각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미국으로도 전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재정위기로 유로존이 불안해 지면 아일랜드에 대출이 많은 영국을 물론, 국가부채 비율이 세계 최고인 일본 등도 안심할 수 없다. 선진국 정부의 연쇄 위기는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글로벌 경제 파탄을 의미한다.
LG경제연구원 강중구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미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당분간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