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구슬 지음 / 서정시학 발행ㆍ288쪽ㆍ2만1,000원
시인이자 영문학자인 김구슬(57ㆍ사진) 협성대 교수가 19세기 이후 영국과 미국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을 각각 6명씩 선별, 작품세계를 소개한 책이다.
토마스 하디, W B 예이츠, T S 엘리엇, 실비아 플라스, 로버트 하스 등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시인들과 대표작을 소개하는데, 딱딱한 학문적 이해보다는 작품 감상을 돕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어 영미 시에 대한 입문서로 제격이다.
국내 엘리엇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는 엘리엇의 언행을 근거로 그를 '여성 혐오주의자'로 평가하는 통념을 뒤집으려 한다. 엘리엇이 초기 시에 여성들을 자주 다루면서 그들을 배반과 고독으로 고통받는 존재로 동정한 시선이 담겨 있다며, 그 근거로 초기 대표작 '여인의 초상'(1911)을 분석한다.
당시의 시대상, 문화이론 등을 적절히 참조하며 텍스트를 상식적 차원에서 면밀하게 살피는 분석 방식이 오히려 엘리엇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 엘리엇과는 대조적으로 여성에 대한 경외심을 작품 전면에 드러낸 예이츠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영국 시인 테드 휴즈와의 비극적 연애로 유명한 미국의 요절 여성 시인 실비아 플라스에 대해선 정신분석학적 접근도 시도한다. 어머니의 희생적 삶을 거부했던 어릴 적 경험이 플라스에게 상실감을 줬고, 그것이 우울증으로 발전해 시 세계와 자살로 마감한 생애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또 2002년 미국의 권위있는 시 문학상인 월트휘트먼상을 받은 재미동포 시인 수지 곽 김을 다루며 오늘날 한국계 미국 시인들의 활동도 점검한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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