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원인이 계속 좁혀지고 있다. 민군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선체와 해저에서 발견한 화약흔(화약이 연소한 흔적)에서 어뢰 폭발물의 성분을 검출하면서 사실상 어뢰 공격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북한의 소행으로 입증하기에는 아직 풀어야 할 의문이 남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7일 “천안함 연돌(굴뚝)과 절단면 등에서 검출한 화약 성분이 RDX인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RDX는 TNT의 1.38배 폭발력을 지니는 물질로 물에 녹지 않고 폭발력이 뛰어나 다른 재료와 배합해 어뢰 폭약으로 주로 쓰인다. 1898년 독일에서 제조돼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 한 폭발 무기 전문가는 “RDX는 폭약 중 가장 폭발력이 뛰어난 C4 폭탄에 주로 쓰인다”며 “2006년 인도 뭄바이 철도 테러 등에도 사용된 전례가 있지만 기뢰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RDX가 검출되면서 폭약 제조국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RDX와 다른 폭약 성분의 배합 비율이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억분의 1, 2g 정도로 극소량인 화약흔만으로는 배합 비율을 알기가 쉽지 않다. 정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오늘 천안함 관계장관회의에서 ‘화약흔이 있지만 (공격 주체를 알 정도로) 유의미한 정도는 아니었다’는 보고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따라서 침몰 수역에서 수거한 각종 파편에 관심이 쏠린다. 화약흔 말고도 파편 분석을 통해 어뢰 제조국을 입증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독일제 어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군이 사용하는 잠수함은 모두 디젤식으로 독일에서 들여왔고, 어뢰도 최근 개발한 백상어를 제외하고는 독일제다. 따라서 북한이 이를 노리고 독일제 어뢰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합조단 관계자는 “수거한 알루미늄 조각에서 어뢰로 보이는 파편은 발견되지 않았고 조각의 합금 비율 분석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주로 러시아제 잠수함을 운용하는 북한이 독일제 어뢰를 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잠수함과 어뢰의 직경이 533㎜로 같아 호환할 수는 있지만 발사대가 맞지 않아 전투 체계 연동상 상식에 어긋난다. 더구나 중국이나 러시아제 어뢰로 밝혀져도 북한으로 전달된 경로를 입증하는 문제가 남는다.
한편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합조단 조사 결과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러시아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의 전문가를 불러 조사 결과 발표 전에 사전 이해를 구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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