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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텃밭-구도-바람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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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텃밭-구도-바람의 대결'

입력
2010.05.0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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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골 질문을 받는다. 선거 승패를 점쳐달라는 것이다. 점쟁이가 아니므로 대답하기 곤란할 때가 많다.

반대로 우문을 던져본다. "대구∙경북에서 민주당이 당선자를 낼 수 있을까요?" "광주∙전남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한 사람이라도 승리할 수 있을까요?"

대답은 한결같다.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민주당 후보들이 서울 강남에서도 당선되기 어려운데, 한나라당의 안방을 넘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나라당 후보가 호남에서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에 당선되기도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는 얘기다.

이를 통해 선거 점치기의 첫째 원리를 알 수 있다. 선거 승패는 무엇보다 '텃밭'에 의해 결정된다. A 정당의 아성에서 B 정당 후보가 당선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 처럼 어렵다.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에도 텃밭은 존재한다. 물론 텃밭이 우리처럼 견고하지는 못하다. 영국의 전통적인 노동당 강세 지역에서 보수당 후보가 당선되기 어렵다. 미국의 경우 공화당 당선자를 주로 배출해온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기 쉽지 않다.

6일 실시된 영국의 총선에서도 텃밭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TV 토론 과정에서 제3당인 자유민주당의 닉 클레그 당수가 폭발적 인기를 누리면서 자민당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하지만 자민당 의석은 그리 크게 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당의 고정적 텃밭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텃밭은 지역주의와 이념 등에 의해 형성된다.

텃밭 다음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대결 구도'이다. 여당 성향 후보가 1명 출마했는데 득표력을 갖춘 야당 성향 후보가 2명 출마하면 여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성립된다. 가령 근로자가 많이 거주하는 영남의 한 지역에서 보수 성향 후보가 3명 출마했는데 진보 성향의 단일 후보가 나선다면 후자가 유리해진다. 요즘 야당들이 후보단일화를 추진하는 것도 구도의 중요성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구도 다음으로 중요한 변수는 '바람'이다. 텃밭과 구도가 정해진 뒤 승패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는 바람의 방향과 강도, 속도 등이다. 특히 우리나라 선거에서는 갖가지 '풍(風)'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력이 더 세다. 선거 직전에 '정권 심판론' '정권 견제론' 바람이 확산되면 야당에 유리하게 되고, 북풍(北風)이 불면서 '안보 결집론'이 확산되면 보수 성향의 여당이 득을 보게 된다. 2004년 총선 당시에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따른 '탄풍'이 거세게 불어 신생 여당이 과반 의석을 얻는 이변이 연출됐다.

그 다음으로 선거에 영향을 주는 것은 '이슈'와 '인물'이다. 특히 일반적인 정책 쟁점보다는 주요 정당이 공방을 벌이는 정치적 쟁점들이 선거에 큰 영향을 준다. 이번 선거의 주요 이슈로는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문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인물은 후보자의 능력, 자질, 도덕성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결국 선거 승패는 '밭-구도-바람-이슈-인물'의 순서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다수의 유권자들은 "인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투표함을 열었을 때는 텃밭과 구도, 바람의 영향력이 거셌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주요 이슈와 후보 개인의 자질은 뒷전으로 밀리게 되는 게 정치 현실이다.

텃밭과 구도, 바람의 대결이라는 선거 공식을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할까. 정치가 좀 달라지기를 원한다면 선택 기준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정치 혁명'이 그리 먼 곳에 있는 것은 아니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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