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상께(사니까), 적적(하기)도 해서. 인자 놀이동산도 가고, 동물원도 가고, 딸네들도 가고, 아들네들도 가고…. 아따 근디(근데) 사람들이 (나를) 보면 미쳤다 하고 무섭다고 한다드만 잉."
칠순을 앞둔 나이에 무려 1,000번에 가까운 질긴 도전을 마친 할머니는 "가고 싶은 곳이 참 많다"고 했다. 황혼의 도전 자체가 아름다운 일이지만 괴짜라는 시선도 있는 게 사실. 그러나 세상이 뭐라 하든 할머니는 반짝이는 운전면허증을 자랑하며 웃었다.
차사순(69ㆍ전북 완주군 소양면) 할머니는 지난달 27일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기까지 5년이나 고군분투했다. 2005년 4월 첫 필기시험 이후 필기(950번)와 기능ㆍ도로주행 시험(10번) 등 총 960번의 시도 끝에 나온 성과다. 할머니의 도전의지를 불태우게 한 건 무얼까. 6일 할머니에게 물었다.
첫마디부터 걸작이다. "운전면허 필기시험 문제집에 보니까 65세도 5년만 하면 합격한다고 하데요. 그래서 계속 봤지. 진짜 딱 5년 만에 땄잖아. 좋냐고라? 좋지라." 할머니는 64세 때 도전을 시작했다.
환갑을 넘기면서 다시 태어난 듯 세상 일에 관심이 부쩍 늘어난 할머니는 간호사전문학원도 다녀보고, 미용학원도 다니고, 패션학원도 기웃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운전면허증이 갖고 싶어졌다. 장사하는 데도 편하겠단 생각이 들자 바로 실행에 나섰다. 문제집을 독파했다. 그러나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는 "시험 전날 훑어만 봐도 80점"이라는 필기시험의 객담(客談)을 무색하게 했다.
주말과 국경일을 제외하고 매일 시험을 보러 다녔지만 점수는 30~50점을 넘지 못했다. 할머니는 "지금까지 받은 점수를 몽땅 합치면 9만5,000점이 되더라"며 웃었다. 그사이 차비만 매주 12만3,000원꼴, 인지대가 회당 6,000원씩 지금껏 총 960만원 정도 들었다고 했다. 전북 전주시 중앙시장에서 잡곡도 팔고 쑥도 뜯어 파는 할머니는 면허 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파트 청소 등 '투잡'(two job)까지 했다. 그래서 매달 번 돈은 36만원 정도. 식대와 인지대, 교통비를 충당하기도 벅찰 정도였다. 그래도 가장 힘든 건 역시 나이의 극복이었다. 운전감각만큼은 세월의 녹이 슬어 속도를 내거나 차선을 바꾸는 데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운전면허증을 쥔 할머니는 벌써 다른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 "지금 생각에야 차나 몰고 다니면서 쉬고 싶지. 그런데 또 뭔가를 하지 않겠어. 근데 아들네가 차 사준다는데, 조그만 차가 너무 갖고 싶어."
남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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