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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 시행 3년/ '貧者의 주치의' 1인당 수백가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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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 시행 3년/ '貧者의 주치의' 1인당 수백가구 담당

입력
2010.05.0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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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병을 부른다. 사회적 약자는 의료사각지대라는 어두운 구석에서 사소한 병이 더욱 깊어지는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를 끊기 위해 정부는 2007년 4월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을 도입했다. 각 지방자치단체 보건소의 간호사들이 극빈층(기초생활수급자)이나 홀로 사는 노인 등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고혈압 당뇨 등 건강관리를 해주는 시스템이다. 가난한 이들의 개인 주치의인 셈. 그러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흡하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질병치료부터 각종 상담까지 만능 해결사

서울 서초구보건소 방문건강관리팀 위은희(37) 간호사가 양수정(38ㆍ가명)씨네를 찾은 건 지난해 3월. 자녀 세 명과 살고 있는 서초구 내곡동의 무허가 비닐하우스는 말 그대로 최악의 환경이었다. 온갖 살림살이가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방 한 칸(7평)은 퀴퀴한 냄새로 절어있었다.

양씨의 건강 상태는 더 심각했다. 고혈압과 당뇨, 신장 질환 등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종합 병동이다. 지적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양씨는 피임 방법에 대한 지식도 모자라 인공 유산을 열 번이나 겪은 상태였다. 당장 응급조치가 필요한 상황, 하지만 양씨는 치료를 매몰차게 거절했다. 평생 그런 호의를 받아본 적도 없거니와 치료에 대한 필요보다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앞섰기 때문이다.

위 간호사는 한 달을 설득과 호통으로 보낸 뒤에야 겨우 진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방문건강관리팀 덕에 양씨는 건강을 되찾았고, 위 간호사의 도움으로 올 3월에는 생활환경이 나은 반포1동의 국민임대주택으로 보금자리도 옮겼다.

양씨는 위 간호사가 이제 자매나 다름없는 사이라고 했다. "처음엔 목소리가 까칠까칠해 싫었는데 이젠 안 오면 허전해요. 애들 교육 상담도 해주고 세금 문제나 뭐 이런저런 것들도 다 살펴주니 나이는 적어도 언니 같아요."

부족한 인력, 짧은 교체 주기 보완해야

이처럼 맞춤형 방문건강관리는 진료뿐 아니라 가정의 대소사를 두루 살펴주는 역할을 하지만 수요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모자란 게 우선 풀어야 할 숙제다.

예컨대 서초구 방문건강관리팀 12명이 맡고 있는 대상은 3,800여 가구. 간호사 치위생사 영양사 등으로 이뤄진 세 팀이 각각 한 가구를 방문하는데 드는 시간만 해도 짧게는 30분, 길게는 한 시간 이상 걸린다. 위 간호사는 "솔직히 다 관리를 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지역의 형편도 별반 다르지 않다. 비교적 재정이 넉넉한 강남구 역시 담당자 14명이 4,500가구를 맡고 있어, 1인당 대략 321가구 꼴이다. 전국적으로 따지면 방문인력 1인당 400가구 이상을 맡아야 한다. 책임감과 열정만으로는 이들을 다 감당할 수 없으니 의료사각지대 내에 또 다른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얘기다.

간호사 등 방문인력의 잦은 교체도 문제다. 비용 때문이다.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데도 방문인력의 신분이 비정규직이라 1년을 버티지 못한다. 각 지자체가 1년 이상 근무하면 퇴직금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대개 10개월 정도만 계약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업무 연속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방문인력들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분들의 사정을 파악하는 데만도 수개월 걸리는데 알만하면 바뀌게 돼 서비스 제공자나 수요자 모두에게 손해"라고 지적했다. 권영현 서초구 보건소장은 "관련 부처인 행정안전부나 보건복지가족부가 연속 고용이 가능하도록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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