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에도 변두리가 있다. 개발이 안돼 변방 취급을 받는 지역이 있지만 시내 외곽에 있어 변두리로 치부되는 곳도 있다. 특히 지리적으로 서울의 동ㆍ서ㆍ남ㆍ북의 맨 끝자락에 위치한 끝점이 있다. 끝점은 서울의 관문 역할을 하지만 아직은 개발의 때가 묻지 않은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강서구 공항동
서울 서쪽 끝은 강서구 공항동 650-8 번지다. 이 일대는 서울에서 몇 안 되는 논농사 지역으로 인접한 인천, 부천과도 논으로 연결돼 있다. 비좁은 농로와 농수로가 행정구역을 가른다. 공항동은 김포공항이 들어서면서 붙여졌다. 비행기 소음으로 개발이 늦어져 전원 풍경을 유지하고 있다. 소음 민원이 이어지자 농어촌공사는 1990년대 초 일대 부지를 매입하고 주민들을 이주시켰다. 그래서 여전히 시골 풍이 짙다.
강동구 강일동 산12번지
하남시와 접한 서울 동쪽 끝은 강일동 산12번지다. 임야로 이름 없는 야산과 언덕만 남아있다. 언덕 아래 한강 둔치에는 남평 문씨들이 모여 사는 가래여울 마을이 있다. 한옥 형태를 간직한 이 마을은 2008년 서울시가 집단취락지구로 지정한 도시에선 보기 드문 집성촌이다. 예전엔 마을 앞에 배가 다닌 오지였지만 중부ㆍ서울춘천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교통 요지로 변했다. 내년에는 강동구 첨단업무단지가 들어선다.
도봉구 도봉1동 산31번지
북쪽 끝은 의정부시와 접한 산 중턱에 위치해 경계 구분이 힘들다. 북한산 국립공원에 포함돼 개발이 안 된 채로 있다. 등산로를 따라 문화재들이 산재해 역사적으로는 변방이 아닌 중심에 있다. 도봉서원은 서울에 현존하는 유일한 서원이다. 도봉서원 앞 계곡에는 수석이 수려하기로 이름난 각석군(刻石群)이 있다. 각석권은 최근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됐으며, 유학자 송시열 등 명필가들이 쓴 글씨가 바위에 새겨져 있다.
서초구 양재2동 산4-62
성남시와 접한 남쪽 끝은 허파 역할을 하는 청계산 내에 있다. 이 일대는 개발제한구역, 군사보호구역, 과밀억제권역, 야생동식물보호구역 등으로 묶여 있다. 인근에 생강나무 군락지와 '길마재'라는 고개가 있다. 19970, 80년대에는 주민이나 등산객이 솥단지를 걸어놓고 음식을 해먹으며 더위를 식히는 야영장이었다. 청계산 헬기장에서 옛골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좌측에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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