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반적 예상과는 달리 6일 오후 돌연 귀국길에 올랐다. 4년4개월 만에 이뤄진 북한 최고지도자의 방중이 비교적 짧은 3박4일로 마무리 되면서 조기귀국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김위원장은 북중 우애관계의 상징적 이벤트로 이날 오후 중국 최고 지도부와 자리를 함께 할 것으로 기대됐던 북한 피바다가극단의 '홍루몽'공연마저 관람을 포기한 채 평양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로 인해 급기야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회담 실패설'과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오(현지시간)께 베이징(北京)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오찬회동에 이은 회담을 2시간 정도 가졌다. 앞서 김 위원장은 오전 베이징 외곽 창핑(昌平)구의 중관춘(中關村) 생명과학원을 다녀오기도 했다.
순탄했던 김 위원장의 행보는 중국 최고지도부와의 연쇄 회담이 끝난 뒤 오후 4시10분께 일행들과 함께 40여대의 의전차량에 나눠 타고 10분 거리인 베이징역에 도착하면서 결정적으로 예상을 빗나갔다. 김 위원장 일행이 오후 4시30분 특별열차에 올라 귀국길에 오른 것이다.
대부분 베이징 소식통들은 이날 밤 7시30분 베이징TV대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던 피바다가극단의 '홍루몽' 공연에 김 위원장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과 함께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확신했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언론 등의 허를 찌른 채 평양행을 택했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는 "이번 김 위원장 방중의 백미가 홍루몽 공동 참관이었는데, 불발된 것은 북중 회담이 제대로 안됐거나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때문이라는 해석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 김 위원장의 조기귀국 조짐은 김 위원장이 통과할 북중 국경지대 랴오닝(遙寧)성 단둥(丹東)에서 이미 감지됐다는 지적도 있다. 김 위원장이 3일 중국에 들어올 때 압록강 대교 앞의 중롄(中聯)호텔 등이 투숙객들을 모두 내보냈듯이 이미 6일 오전부터 다시 이 호텔들이 투숙객을 거절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일었다. 당초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의 방중에 맞춘 '특별경계근무 기간'을 3∼6일 나흘로 정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는 북중이 김 위원장의 귀국 시점을 6일 오후로 잡아놓고 경호 등을 목적으로 홍루몽 관람 등의 연막을 피웠을 수 있음을 뜻한다.
어쨌든 마지막 일정의 혼선은 방중 성과에 대한 평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일정이 짧아진 것은 성과가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00년 5월과 2004년 4월에 이뤄졌던 김 위원장의 과거 방중기간은 모두 2박3일 이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추측은 근거 없다는 시각도 많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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